도시를 헤메다 겨우 벗어나게 해준 국도를 접어들었다. 차들이 바쁘게 쌩쌩 지나가는 것이 익숙해졌을 때쯤 또다시 어여쁜 아가씨들이 아무 인연없는 도로위에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 들어가며 봤던 아가씨들이 설마 ‘그런 것’일까 긴가민가 했었는데 그 때 보고선 확신할 수 있었다.
대낮이었다. 해가 중천에 떠서 그림자는 몸쪽으로 최대한 붙어있는 상태. 치마나 짧은 바지에 팔뚝이 다 드러난 민소매 웃옷이 평균적인 옷차림이었다. 젊은 남성으로써 천연스럽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지 말아야 할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짧은 치마를 입은 그 길의 수상쩍은 여성중 한명이었다. 20여미터 앞에 정차한 차를 향해 폴짝 폴짝 뛰어갔다.
그녀가 입은 주름치마는 허리 위까지 펄럭이며 자신의 허벅지 위 두터운 지방층을 도로위에 드러냈다. 순간 당황하여 브레이크를 잡고 멀리서 상황이 종료되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자동차의 그에게 다가가 무엇인가 대화를 했다. 그리곤 자신의 치마 앞부분을 들어올려 중요한 부분이 보이도록 하는게 아닌가. 그러곤 서로 인사를 나누며 여성은 올라탔고 차는 어디론가 흘러갔다.
도로 갓길을 따라 달렸다. 그 갓길에는 만지면 손가락이 베일 것만 같은, 바짝 말라비틀어진 색색의 콘돔들이 널려져 있었다. 속이 더부룩해졌다. 그 기이한 장면은 큰 국도가 끝나고 작은 도로와 큰 고속도로로 나뉘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