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길 밖에 남지않았던지라 뜨롱라를 앞두고 긴장했던 마음이 확 풀어져버렸다. 그리곤 빨리 돌아가고픈 마음에 얼른얼른 내려왔다. 길은 차량이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길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토바이들은 그 길을 신나게 달리는 것이었다.(아마도 좀솜 공항을 통해 들여온 것 같았다. 나중엔 그 길을 자전거로도 다닌다는 사실을 알았다.)
십여일 동안 단련이 됐는지, 또, 완만해서 걸음을 재촉해도 힘든게 하나도 없었다. 뜨롱라를 넘기 전의 지형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전의 지형은 날카로운 계곡과 가파른 고개가 특징이었다고 한다면 이곳은 아주 넓은 강과 그의 충적평야, 그리고 완~만한 길이었다. 그곳으로는 전보다 더 많은 양이 지나다녔고, 심지어는 노새떼도 지나가는 상당히 재미있는 길이었다.
아름다운 마을 카그베니를 지나고 트레킹 코스중 가장 큰 마을인 좀솜도 지났다. 그리고는 가장 기대했던 마을 타토파니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온천이 솟는 곳이 있었다. 그 때문에 그곳에 도착하기 전에는 언제나 온천물에 몸을 푹 담그는 상상밖에 안했었다. 그래서 타토파니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긴장했다. 하산이 얼마 남지않은데다가 목욕을 할 수 있다는게 당연히 그 이유. 그래서 숙소를 잡은 후에 주인에게 위치를 물었고 그곳으로 곧장 뛰어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적북적 거렸고 물은 아~주 더러웠다. 아~주 뜨거울까 조심스럽게 발을 넣었지만 미적지근하여 놀랄 것도 없었다. 그래도 온 몸을 담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러다 ‘발견한’ 급수구! 그 옆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이상하다 했는데 그곳으로 갔더니 제대로 된 뜨거운 물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입안으로부터 ‘시~~원하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았다. 한국의 온천만큼 만족을 하진 못했다. 그런상태로 숙소에 돌아왔다. 더러운 물에서 목욕을 했으니 샤워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샤워장의 물을 틀었더니!! 펄펄끓는! 온천물이 철철나왔다. 태양으로 데우는 것도 아니고 전기를 쓰는 것도 아니라서 정말 눈치보지 않고 펑펑 쓸 수 있었다. 온 몸의 피로가 뜨거운 온천물과 함께 녹아 내렸다.
그곳에서 다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산행도 가능했다. 2~3일만 더 추가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수중에 돈이 부족하여 그만 계획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정신없이 그곳을 빠져나갔다. 정말 짧은 거리였지만 밤늦게 포카라시에 도착했다.
17일 간의 산행. 어떻게 보면 대단히 길고 또 어떻게 보면 그리 길지않은, 하지만 한국에서 17일간의 산행을 할만큼의 산이 별로 없기에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 길 중간중간에 관광객을 위한 숙소와 식당이 다 마련이 되있어서 입맛에 맞지않는 음식이었고 나무로 지어진 집이라 추운 때가 많았지만 이렇게 길게 할 수 있었다.
너무나 재미나고 감동적이고 기쁘고 상쾌하고 멋지고 기이하고 신비하고 힘들고 다리아프고 기막히고 아름답고 어이없고 숨막히는 ^^ 경험이었다. 다음에 네팔에 오면 또 할 것이고 다른사람에게도 초~강~추~ 하고 싶은 곳이다. 다소 힘든 부분도 있긴 했지만 이런 풍경을 감상하는 댓가로 충분하고도 남는다. !! 안나푸르나 최고다 최고!!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