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게 멋진 산악도로를 따라 하산했다. 2488m 까지 올라간 도로는 몇시간동안 정신없이 구불구불 내려가더니 고도는 100m 정도까지 떨어졌다. 고도가 너무 떨어져서 다시 올라가야하는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하루를 묵은 여관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완만한 언덕이 하나있을 뿐이고 국경까지는 평길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의 길은 몇키로의 하나의 언덕이 나왔을 뿐 그 이후는 평길이었다. ‘테라이 평원’이라고 불리는 그곳. 상하이에서 출발 후 3일간 평지였고, 이후 평지는 거의 처음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추운 날씨여서 두꺼운 이불을 덮어야 했었는데, 햇살은 너무 뜨거웠고 그늘에서도 그렇게 시원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찾아온 여름이었다.
그날 오후가 되어 국경도시인 ‘비르간지’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바로 받은 느낌은 ‘여기가 네팔이야?’ 였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은 평소에 보았던 네팔사람들 보다 훨씬 검었고 입고있는 옷도 다른느낌을 자아냈다. ‘아!! 인도구나!!’ 자동차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자전거 릭샤와 자전거, 오토바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또한, 네팔 다른지역에서는 나와같은 몽골계 얼굴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나는 못봤다!)
나는 이 인도인같은 사람들을 구경했고, 이 사람들은 나를 구경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도로 옆 난간에 올라섰더니 수십명이 순식간에 우르르 모여 나를 구경했다.^^ 아!! 인도구나
국경근처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는 인도로 출발했다. 네팔측 세관검사는 거의 생략이고 출국카드만 쓰고 여권에다 도장을 받고는 인도로 넘어갔다. 인도에서는 세관원들이 ‘짐 저게 다야?’라고 묻고는 입국심사대로 안내했다. 그래봐야 천막을 쳐놓은 곳에 책상을 하나 놓고는 입국카드를 작성하고 농담 몇마디 할 뿐이었다. ‘?? 이게 끝이야’ 했지만 진짜 끝이었다. 네팔사람들과 인도사람들은 그저 그냥 자유롭게 드나드는 분위기였으니 외국인이라고해서 큰 제제는 하지않는 것 같았다. 아니 그냥 지나쳐도 잡지 않았을 것 같았다. 아니 ‘CUSTOM’(세관) 이라는 글자가 없었다면 무슨 사기꾼들이겠거니 생각해서 지나쳤을 것이었다.
비르간지와 쌍둥이 도시라고 불리우는 락싸울. 역시나 인도답게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각종 먼지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한국은 이제 한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었지만 태양빛은 뜨겁기만하고 모자를 쓰고 팔을 걷어봐도 더위는 가시지 않았다. 네팔과 다른점은 도로가 완전 엉망이라는 것. 포장이 안벗겨진 곳이 없었고, 깨끗한 길도 거의 없었다. 도로 양편에서 날리는 흙먼지는 정말 미치게 했다.
첫번째 기착지는 바라나시. 제대로 된 지도도 없어서 여행안내책자에 대강 나와있는 지도를 이용했다. 인도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어서 일단은 바라나시에서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야 했다. 락싸울에서 바라나시까지는 약 500km. 빨리간다면 4일만에 끝낼 수 있는 거리. 드디어 인도여행 시작이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