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주라호는 크지 않은 마을이다. 아마도 대부분 관광객들이 소비하는 돈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런 곳에 놀라운 사원들이 있다. 대부분 힌두사원이고 자이나교 사원도 있다, 속 때문에 이틀이나 방을 못나갔지만 ‘로마’사건 이후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동부사원군과 서부사원군이 있었는데 서부사원군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가격은 무려 250루피. 매표소에서 능청스럽게 ‘베리 푸어 스튜던트 티켓, 플리즈’해봐도 250루피라고 했다. 오랫동안 구경할 요량으로 빵과 음료를 지참해 입장했다. 네팔에서 봤던 인도식 사원들, 바라나시와 알라하바드에서 봤던 오래된 건축물들은 모두 살짝 멋있긴 했지만 다들 망가져 있고 관리가 형편이 없었다. 그런데 여긴 누가 옛날부터 관리를 철저하게 했던건지 거의 멀쩡하다. 아니 멀쩡한건 둘째치고 어찌나 화려하고 멋있는지!! (사실, 멀쩡한 것을 처음보았다)
아래는 네모나게 생겼는데 위로 올라갈 수록 부드러워 지다가 제일 위에는 바로 UFO가 되어 날아갈 듯한 모양의 원반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벽면에는 수많은 사람, 신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리고 성행위를 조각한 것도 많았다. 그렇다. 이 사원들이 성행위를 조각한 것으로 유명한, 인도 수상이었던 ‘간디’는 다 부셔버리고 싶다고 했던 그곳이었다. 카마수트라가 이곳의 조각을 보고 만들었다던가 하는 얘기도 있다.(물론 카마수트라 성립연대가 앞서니 아닐 것이라 생각한단다)
조각 하나하나를 신경써서 만든것이 확연했다. 비슷한 모양도 많았지만 표정이 다들 살아있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이 사원들이 지어진지 천년이나 됐는데 어떻게 그런 성적인 장면을 ‘신기하게’ 묘사를 했는지, 말로만 듣던 그 장면들을 직접보니 기가막힌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전에 바라나시에서 만난 어떤 남성여행자가 성적묘사를 한 조각들을 모두 사진에 담고싶다고 했었는데, 그렇게 담을 만큼 많지는 않았다.
‘칸다리야 마하데브’ 사원, ‘치트라굽타’사원, ‘비슈바나스’사원 등등 큼직한 사원에서 부터 조그마한 사원들까지. 익숙하지 않은 모양의 사원들이라 오후늦게 나가기 전까지 넋을 잃고는 바라보았다. 내부도 들어가볼 수 있었기에 내부의 조각들도 구경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지었을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사원들은 단아하고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모양에서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한다고 한다면 여긴 정신없이 바쁘고 어지럽고 복잡한 가운데서, 신비한 겉의 형체에서 아름다움이 나오는 것 같았다. 건물 둘레의 수많은 조각들, 건물 윗부분의 복잡한 문양들. 다른 행성에서 놀러온 외계인들이 정성들여 짓고는 달아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심지어 ‘칸다리야 마하데브’ 사원에는 수컷말과 여성이 성행위하는 조각도 있었다. 발목정도의 높이 부분에 조각되어 있었는데 관리하는 아저씨가 촛불을 들고 밝혀주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것이었다. 성행위 조각이 어떤 것을 뜻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음과 양의 합일을 통한 제3의 무엇인가를 표현하려는 것인지, 전문가가 아닌 나는 그저 그 앞에서 넋을 놓아주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말과 여성이 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정원도 잘 가꾸어 놓아 아름다운 빛깔의 꽃들도 많이 구경했다. 조용한 의자에 앉아서 가볍게 부는 바람도 많이 느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옛장인들의(우주인) 숨결도 많이 느꼈다. 그곳을 관광하는 관광객들 구경도 많이했다. 일주일간 아프다가 갑자기 멀쩡해진 몸, 너무나 즐거운 관광이었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