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기 다른 편에서 트럭기사 아저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을 썼다. 그것을 읽은 사람은 어떠한 일이었는지 알 것이다. 어깨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가진 나를 여자로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했던 것인데, 최근들어와서 길가의 인도청년들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다.
처음 그 ‘알라뷰’사건이 있고난 후에 머리를 깎으려고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여자로 보이지 않으면 만사 해결되는 문제니까 괜히 머리를 길러서 그들의 말초신경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긴 생머리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때문에라도 길러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반응이 점점 강해지고 표현방식도 점점 노골화 되었다. 가만히 보면 나한테 그러는 인도남자들은 다른 인도여자들에게는 그런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유독 ‘몽골리안 여자’인 나에게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도대체 ‘몽골리안’ 여자들이 뭘 잘못을 했길래!! 내가 보기엔 인도여자들도 많이 이쁜데 왜 그러는 것인지!!
그래서 내가 남자라고 생각치 않고 여자라고 가정하고, 인도남자들이 보이는 반응들은 ‘몽골리안’ 여자에게 보이는 반응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양여자를 무시하는, 성적대상으로만 보는 너희 자식들을 내가 혼내주겠다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 생각 이후에는 나를 보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인도인들, 괴성을 지르거나, 뽀뽀를 하는 시늉을 하거나, ‘익스큐즈미 맴’하는 놈들, ‘달링~ 달링~’하며 쫓아오는 놈들, ‘헬로~ 베이베~’하는 놈들을 만나면 꼭 멈춰서서는 ‘와!!!’하고는 꼭 소리쳤다. 좀 심한놈은 가까이 가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어깨를 툭툭치며 시비를 걸었다. 가만히 놔두었다가는 다음에 오는 ‘몽골리안’여성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에…
그러는 어느날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놈이었는데, 뒷자석에 앉은 놈이 주먹진 손을 다른 쪽 손바닥에 툭툭치며 ‘성교’하는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분노를 느끼며 페달을 마구 밟았다. 몽둥이로 흠씬 패주기 위해!! 하지만 그것은 오토바이, 나는 자전거!! 따라 잡을 수 없었고 도리어 놀림만 더 받고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두뇌에 쥐가 내렸고, 새하얀 아지랑이가 몸에서 피어올랐다.
그 후로는 말을 거는 인도인들에게 괜스럽게 화를내고 ‘I hate indian!!’이라고 소리치며 달렸다. 아무래도 대도시인 델리 주변이라 인도인들이 좀 이상해진 것 같았다. 꼬마들도 순진한 것과는 차이가 났다. ‘네팔리~ 네팔리~’(네팔리=네팔사람 — 인도인들은 네팔사람들을 아주 무시함) 하며 놀려대는데 꿀밤을 한박스씩 주고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달래며 달려나갔다.
그러던 중,
템포를 탄 중학생 정도 되는 청소년 들이었다. 나는 20km/h 정도로 달리고 있었고, 템포는 그보다 다소 빠른 30~35km/h로 달리고 있는 듯 했다. 그러니 나와 마주치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었는데, 이 청소년 놈들이 나를 힐끗 보더니 완전 여자라고 착각을 한 것 같았다.
어리석게도 자신이 더 빠르다고 생각을 했는지, 한 쪽 손은 계란을 말듯이 가볍게 말아쥐고 다른 손 중앙의 제일 긴 손가락으로 성행위를 묘사했다. 아무리 어린놈이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마구 밟았다. 마구 밟으면 평지에서도 30~35km/h 는 나온다. 그러니까 템포와 비슷한 속도가 되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쫓아오는 나를 발견한 그 놈! 상당히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기사 아저씨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 같았다. 아마 이상한 사람이 쫓아오니 빨리가자고 한 듯.
그곳이 수도인 델리 근처 차량소통량이 많은 곳이었으니 곳곳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신호를 한번은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나 다를까 몇키로 못가서 신호에 한번 걸려버렸다. 그러나 다소 거리가 있었기때문에 한번은 놓치고 다음 신호등에서 결국엔 그 템포를 잡게 되었다.(아! 템포는 3륜으로 된 소형 차량)
운전기사 옆쪽으로 가서는 큰!! 소리로,
“스탑!! 스~~탑!!”
그런데 이 기사는 내 말을 흘려듣는지 그 꼬맹이가 이상한 말을 했는지 다른 차량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서는 빠져나가려고 했다. 나는 다른방향으로 돌아가서는 다시한번 그 기사에게 스탑을 외쳤다. 당연히 무시당하고 템포의 문을 손으로 잡았다가 갑자기 나아가는 속도에 못이겨 시궁창 같은 물에 넘어지고 말았다.
더더욱 분노하게 된 것은 당연!! 넘어진 자전거를 그대로 두고는 군대에서 선착순 하던 속도로 뛰어가 템포에 올라탔다. (템포는 문이 없기 때문에 그냥 탈 수 있음) 그리고는 그 범인이 누구인지 탐색한 후에 내가 기억한 놈이랑 가장 비슷한 놈(그놈이 맞다)의 손으로 무릎을 몇번 쳤다. 얼굴이나 몸통을 때릴 수도 있었지만 어린놈인지라 잘 못될 것을 걱정했다. 그러는 중에 기사는 나의 긴 머리를 휘어잡고 외쳤다.
“!@%#^$*$%#&$^@#%@^ !!!”
머리에 있는 손을 비틀어 잡아 꺾고는 다시,
“스탑!! 스~~으~~탑!!!”
하지만 ‘스탑’은 하지않고 가기만 할 뿐이었다. 꺾은 손을 좀 더 꺾으니 아픈 표정을 지으며 내가 잡고 있는 왼손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고 눈빛으로 얘기했다. 손을 놓아줬더니 그제서야 템포를 세웠다. 꼬마에게 사과를 받기 전에 나를 위험으로 빠뜨린 – 스탑하고 외치며 다가갔을 때 그놈때문에 나는 넘어졌고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 그 기사를 혼내려고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쪽에서 오토바이 한 대가 서더니 그 운전자가 내렸다. 자신의 헬멧을 벗어 높이 치켜들었다가 그대로 템포운전자의 머리를 꽝하고 쳐버렸다.
“뒤에서부터 쭉 지켜봤다”
매우 화가 난 상태였지만 오토바이 운전자의 행동이 나의 심장이 오그라들도록 만들었다. 놀라운 행동이었다. 몇 번을 더 치려고 했는데 카스트의 차이가 있는지 템포운전자는 나의 머리를 휘어잡을 때와는 달리 ‘깨갱’거리기만 할 뿐 덤비지는 못했다.
“웨이트!!”
자전거가 넘어진 곳으로 뛰어갔다. 사거리 중간쯤에 넘어져 있는 내 자전거를 교통경찰이 힘겹게 세우고 있었다. 그것을 가지고 재빨리 ‘사건현장’으로 달려갔는데 템포는 둥둥둥 떠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꼬마놈은 다시 돌아온 나를 발견하지는 못하고 ‘10년 감수했네’하는 표정으로 밖을 살피고 있었다.
‘사과를 받아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히 그 꼬마들은 여성에대한 ‘무시’는, 특히 ‘몽골리안’ 여성에 대한 ‘성적대상화’는 좋지않은 것이라고 깨달았을 것이다. 설마 이런 일을 겪고도 또다시 ‘몽골리안’ 여성에게 그런 수모를 준다면 그건 완전! 나대신 화를 냈던 오토바이를 탔던 아저씨는 그 템포의 번호만 알면 찾을 수 있다면서 번호를 알려 주었다. 그러면서 가까운 경찰서에 가서 꼭 신고하고 혼쭐을 내라는 그런 몸동작을 하고는 갔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인도여행.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여성의 경우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인도남자들은 쉽게 동양여자들을 성적대상화 해버린다. 관광지에서나 시골마을에서나 동양여성에 대한 눈빛은 내가 판단하건데 그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 아무래도 인도사회는 성적으로 억압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서 남자와 남자의 동성연애가 많이 이루어지고, 남자와 여자가 손을 잡고 데이트 하는 것 보다 남자와 남자가 손을 잡고 ‘데이트’ 하는 것을 더 많이 볼 정도니 안봐도 드라마다. 그런 이유로 거리에 인도남성이랑 둘이 다니는 동양여성(괴상한 꼬드김에 넘어간 여성)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건 안다. 당연히 그렇겠지. 사람이 사는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데~ 그러나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인도 남성들은 많은 수가 그런 사람이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에게 사랑을 느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