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행 버스 안, 바로 옆자리에 젊은 사람이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알아 대화를 하게 되었다.
“어제 경찰한테 맞고 대사관 찾아가는 길이에요. 정말 화가났었다니까요.”
“아, 그랬군요. 이란 경찰이 좀 그래요. 미안해요.”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잘못된거지 미안해할건 없어요.”
“그들은 발루치인들이에요, 보통의 이란사람인 아르얀들과는 달라요”
“이란은 아랍인 아닌가요?”
벌컥 화를 내면서 그는 반박했다.
“이란은 아랍인들과 달라요! 아랍은 이라크 아래의 아랍민족들이 아랍인이에요. 우리는 아르얀이에요”
그 말을 듣고 이란에서 아랍문자를 쓰고 있다는 것에 잠깐 의문을 가졌다가 잘 알지도 못하는 까닭에 더 이상의 대화를 그만두었다.
그는 ‘아미드’라고 하는 나와 같은 나이의 청년이었다. ‘밤’이라고 하는 도시에 일자리를 알아보러 간다고 했다. 테헤란에 있는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일자리가 없다고 한탄했다. 가던 중에 검문소에 정차했다. 잠이 오려다가 깬 상태에서 깜짝 놀라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죠?”
“잠깐 수첩 좀 주세요”
수첩을 줬더니 자신이 적어주었던 이름 중 성을 검은 펜으로 덧칠하곤 다시 주면서 말했다.
“검문하는 거에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마약이 많이 들어와 하는거에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있어요. 몇해전부터 정부에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그 뒤부터 검문이 강화됐어요.”
“수첩에 성은 왜 지웠죠?”
“그냥 불안해서 지운 거에요.”
아무래도 그는 내가 만에하나 위험인물일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지웠을 것이다. 마약운반책의 수첩에 적혀져 있는 이란인의 연락처를 보고 수사를 하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그들은 버스에서 모든짐을 꺼내 가방을 하나씩 열며 검사했다. 한국같았으면 인권침해나 사생활 침해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지만 검사를 받는 이란인들은 그저 담담할 뿐이었다. 경찰에게 너무나 순종적이었다. 사실, 이란에서 받은 검문 중에서 가장 허술했던 것이 국경에서 받았던 것인데, 제대로 된 나라같진 않았다. 국경에서만 똑바로 한다면 다른지역의 검문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약을 이런 여객버스를 타고 수송을 할까.
테헤란까지 26시간이 걸렸다. 정말 사막뿐이었다. 어떻게 그곳에서 생활을 할 수가 있는지 정말 신기한 노릇이었다. 이란 사람들은 가격을 많이 올려부른다는 여행자들 얘기에 ‘아미드’에게 택시가격을 물어보았다.
“테헤란에서 택시를 타야되는데, 얼마나 줘야되죠? 이맘 호메이니 광장 근처에요”
“테헤란 시내 어디든지 3000투망이면 되요.”
테헤란 버스정류장. 몰려든 택시기사들의 첫마디는 ‘역시나’라는 말을 뱉기에 충분했다.
“!$%@^#&^@%!^@~!$^#%@”
“메이단 이맘 호메이니” (이맘 호메이니 광장)
“써티 따우전드 투망” (30000투망)
10배정도를 올려서 부르는 그들이 제정신처럼 보이지 않았다. 놀란 것은 둘째치고 ‘너희들이 그렇지~! 쯧쯧’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망은 우리돈과 단위가 같아서 3만투망이면 우리돈 3만원이다. 자해단에서 테헤란까지 2500km, 버스요금이 9000투망이었다. 그러니까 어이없는 정도가 아니었던 것.
서울에서 부산까지 버스비가 30000원인데 서울 강남 터미널에서 종로까지 가는데 90000만원을 달라고 하는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아니 거리가 400km와2500km의 차이니까 조금 더 다른 기준을 대야지. 이란 일반인의 월수입이 우리돈 10~20만원 정도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쨌든 미친가격이었다. 망가진 자전거 때문에 택시를 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 속이 터졌다. 운전기사들을 한번 슥 둘러보고 가라고 손짓했다. ‘누가 이란사람 아니랄까봐!!. 차라리 걸어가지!’\
자전거에 달 수 있는 짐은 달고, 들 수 있는 것은 들어서 움직였다. 그랬더니 가격이 만투망으로 금방 내려가더니 오천투망까지 내려가버렸다. 불과 몇초 사이에. 3천투망이라고 외쳐보았지만 그 가격에는 안된다고 했다. 화도나고 오기도 생겨서 그 가격 이외에는 가고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움직였더니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 짐을 뺏어들며 3천투망에 가자고 했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