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빛 때문에 잠에서 깼다. 바로 밖으로 나가 보니 이렇게 붉게 물들고 있었다.
점점 더 붉게 물들었고,
그리고 해는... 바다에서 솟아났다.
바다 속에 숨어있다 솟아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선명하고 분명한 일출은 처음이었다.
불과 몇 분만에 해는 수평선 위로 떠올랐다. 너무나 황홀한 경험.
다시 배 안으로 돌아와 찍은 해.

동그란 원형 창의 밖에서 발그레한 빛이 들어왔기에 눈을 떴다. 잠은 계속 쫓아왔지만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내 평생 단 한번밖에 보지 못했기에, ‘꼭! 봐야한다!’고 머릿속으로 몇차례나 주문을 외우곤 밖으로 나갔다. 수평선 위쪽으로 몇 층의 구름띠가 형성되어 있었다. 아주 멀리부터 발그레하던 것이 점차 더 많은 부분이 붉어져갔다. 배의 엔진소리는 그 땐 이미 익숙해져있어 들리는 듯 마는 듯한 소리였고, 척~ 척~ 하는 물소리만 조용히 들릴 뿐인 그 새벽에 동편 수평선을 중심으로 불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그러던 것이 높은 구름들부터 빨간 물이 들기 시작하더니 차츰 낮은 것으로, 그리곤 세상이 거의 밝아졌다.

예전 덕유산에 혼자 올라 산장에서 하루를 보낸 뒤,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일찍 향적봉으로 올랐었다. 수많은 별들이 차례차례 사라지며 해가 뜨려하던 순간 계곡아래의 수증기가 산을 뒤덮어 안개에 희미하게 비친 해만 본 적이 있다. 그 순간에도 그런줄 알았다. 온 세상이 충분히 밝아졌음에도 해가 안보이기에 구름층이 두터워 실패인가보다 생각했다.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아래쪽으로 내려가려하던 찰나, 바다에서 붉은 무엇인가가 솟아났다. 난간을 잡고 허리를 바다쪽으로 내밀어 솟아오르는 그것과 최대한 가깝게 하고, 실눈을 뜨기도 하고 눈을 크게 떠보기도 했다. 분명! 그것은 바다에서, 아니 바다 한 중간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둥그런 그것은 바닷물결의 끝을 금빛으로 차근차근 물들여가며 스르름 올라왔다. 감동? 기쁨? 그런 것보다 ‘태양은 바닷속에서 밤을 보내고 올라오는 것인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의문에 휩싸였다.

신비한 일출감상을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 한두시간 잠을 맛있게 잔 후, 갑자기 내가 본 일출이 진짜인가 가짜인가 궁금해졌다. 너무 신비하여 믿기지 않았기 때문인데, 사진기를 켜 확인해보니, 그 모습 그대로는 아니었지만 일출을 본 사실은 그 속에 담겨져 있었다.

예정보다 한시간 정도 늦어진 시각에 배는 ‘앙코나’에 도착했다. 그리스와 전혀 다른 건물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터키와 그리스에서 빨간지붕에 흰 페인트칠을 한 집들만 있어서 그것이 지중해지역의 건물양상인가보다 생각했었는데, 그곳엔 3~5층 정도나 되는 오래된 벽돌집이 즐비했다. 색도 원색이 아니라 갈색계통의 부드러운 색이었다. 입국심사나 세관검사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이 입국이었다.

멀리서 이탈리아가 보인다.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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