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서 본 축제장 1.
다리 위에서 본 축제장 2. 끝이 있기는 한데 너무 멀다.
다리 위에서 본 축제장 3. 끝이 있기는 한데 너무 너무 멀다.
다리 위에서 본 축제장 4. 사람이 많다는 이야길 아껴야겠다. 이 날 본 사람은 도대체 몇 명이었을까.
강가강과 야무나강이 합류하는 지점. 상상속의 깨달음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배를 타고 이동한다.
강변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알라하바드로 향하는 길은 맞바람때문에 큰 힘을 요구했다. 바라나시에서 보드가야로 가던 그 길은 등뒤에서 부는 바람으로 수월했었지만 이번에는 그 반대. 이틀이면 갈 거리를 삼일이나 걸렸다. 남인도로 향할 여정을 서쪽 알라하바드로 바꾼 이유는, 시간적인 부족때문이었다. 보드가야, 바라나시에서 예상치 못하게 오랜 시간을 보내어 남인도로 갔다가는 비자기간이 만료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것이 예정대로 바쁘게 움직이면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배움을 얻는다.

알라하바드에 도착하던 날, 큰 놀라움과 기가막힘, 어이없음을 느꼈다. 그것은 조금은 예상된 것이긴 했으나, 그 예상이라는 것을 한국에서 태어나 이십년이 조금 넘게 살던 어리석기 그지없는 나란 놈이 한 것이라…

도시에 도착하기 십여키로전, 많은 차량들이 도로 양편으로 늘어져 있었다. 무슨 검문소 때문에 늘어져 있는가 싶었다. 하지만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이 보였고 멀리엔 차량과 자전거, 오토바이를 우회시키는 경찰들이 있었다. 그러니까 보통의 검문소 같지는 않고 특별히 설치된 듯 보였다. 그리고 그 ‘검문소’ 이후로는 걸어가는 사람 이외엔 차량, 오토바이등은 없었다.

“헤이! 이곳으로 가면 안되요. 이쪽길로 둘러가세요“
“자전거 여행자에요. 이쪽으로 가면 안되요??”

막 죽을 듯한 표정을 만들어 내며 사정했더니 통과시켜주었다. ‘검문소’를 그냥 통과하여, 수많은 인도사람들의 신기한 눈빛을 통과하여 ‘겅가’를 가로지르는 다리위로 올라섰다.

알라하바드.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개의 강, ‘겅가’(갠지스강)와 ‘야무나’강의 합류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강 ‘사라스와띠’강(깨달음의 강으로 상상의 강) 역시 이곳에서 합류된다고 한다. 힌두교에서 아주 신성시 하는 이 세개의 강이 합류되는 지점이니 두말할 나위도 없이 중요한 성지순례지 중의 하나이다.

‘쿰부멜라’. 쿰부멜라는 알라하바드에서 열리는 축제 이름이다. 1년마다 열리는 ‘마그멜라’, 6년마다 열리는 ‘아르드멜라’, 12년 마다 열리는 ‘쿰부멜라’. 쿰부멜라 기간에 이곳에서 목욕을 하게되면 육체와 영혼을 정화를 시키는 공덕이 크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성스러운 도시 ‘바라나시’에서 목욕하는 것보다 좀 더 큰 정화의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바라나시에도 매년 엄청난 사람들이 성지순례로 여행을 하는데, 쿰부멜라라고 정해놓은 기간이 있는 알라하바드는 그 기간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겠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창고 ‘백과사전’에서는 수백만명이 모인다고 했다. 그 다리위에서 생각했다. ‘수백만명? 쳇 최소 천만에서 천 몇백은 되겠다.!’

다리 왼쪽을 봐도, 오른쪽을 봐도 축제에 참가하기 위한 사람들의 천막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도대체 어디가 끝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을정도로. 너무나 큰 규모의 사람들로 입이 벌어져 다물 수가 없었다. 과연 10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였다. 도저히 상상을 허용하지 않는다. 상상하면 바로 깨진다. “알라하바드의 쿰부멜라를 보기전엔, 사람이 너무많다는 표현을 쓸 때 신중해라” 라고 다리위를 지나며 입은 벌어진 상태로 계속 뇌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대부분의 저렴한 숙소는 ‘Full’이다. 방이 없었다. 강변 천막에는 돈이 좀 없는 순례자들이 지내는 것 같았고 돈이 좀 있는 순례자들은 다들 여관이나 호텔에서 묵는 것 같았다. 힌두교 축제 중에서 최대규모로 꼽히는 축제이니 힌두 부자들도 엄청나게 왔을 거다. 심지어 그냥 가격이나 알아보러 들어간 고급호텔마저 방은 없단다. 인도 고급호텔도 우리돈으로 10만원 이상 하니 그런 곳에서 잘 수는 없고, 결국엔 800루피나 하는 ‘저렴한’숙소에서 몇일간 쉬게 되었다.

알라하바드는 생각보다 고급도시였다. 도착하는 날 느끼긴 했지만 많은 고급호텔과 처음보는 대형수퍼마켓과 심지어 겁나게 비싼 맥도날드까지 있었으니까. 아직 델리나 꼴까따, 뭄바이를 가보지 못한 죄가 있어 정확한 가늠은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봐왔던 도시중 ‘최고급’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여행지로써 거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외국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한국인은 더더욱 없었다. 볼거리가 꽤나 많음에도. 

왜그런가 하고 고민해봤더니, 대부분의 한국여행자가 가지고 다니는 ‘인도 100배 즐기기’ 여행 안내책자에는 ‘알라하바드’의 ‘알’자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12년만에 열리는 ‘세계최대축제’!! ‘쿰부멜라’!!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가진 ‘론니 플래닛’이라는 여행안내책자에는 도시지도가 나올만큼 중요한 도시로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에, 쿰부멜라가 2007년에 열릴 것이라는 정보가 있었기에 더더욱.

바라나시에서처럼 목욕을 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도 배를 타고 강 중앙으로 이동했다. 의외로 아주 얕다.
목욕하는 젊은 청년.
물 깊이는 무릎 아래 정도다. 주저 앉기만 하면 목욕이 가능한 깊이다.
기도하는 아저씨.
가족단위로도 많이 왔다.
목욕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었는데, 마침 어제가 목욕하는 날이었다.
친구들끼리 순례여행을 왔나보다.

쿰부멜라가 열리는 강변으로 향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데 시내에서 강변까지 가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붐볐다. 사람, 사람, 사람이었다. 바라나시와 틀린점은, 바라나시의 인도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익숙한 존재인지라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에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인도 각지에서 모여든 순례자들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때문에 그곳에서 나는 사람들의 시선들을 철가루가 올려진 유리판 아래의 자석처럼 언제나 끌고 다녔다.

도착한 강변, 사람들의 물결을 타고 도착한 야무나강 끝자락.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욕…을 하는 줄 알았으나 이게 왠걸. 많은 사람들이 목욕은 안하고 배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 아닌가. 바라나시처럼 목욕용 ‘가트’가 있어서 그런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욕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래서 의문, 의문, 주변을 둘러보았다. 뱃사공 아저씨들은 계속 ‘보트’ 타라고 난리였다. 바라나시에서도 몇 번 탔기 때문에 계속 거절을 했다. 지금 왜 사람들이 목욕을 안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데 귀찮아서 결국엔 대답마저 하지 않았다.

그곳에 도착하는 인도인 순례자들을 눈여겨보았다. 그랬더니 이게 왠걸, 바로 보트를 타는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강 중앙에 보트가 줄지어 늘어져 있었다. 물론 오자마자 봤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었다. 그곳에서 출발한 보트는 강 중앙 보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고 수십분 후에 다시 돌아왔다. “아차!! (이럴 때 쓰는 아차!!는 인도사람들이 쓰는 아차!! 우리말과 비슷한 뜻 비슷한 발음) 저기서 목욕을 하는 거군아~!” 그리곤 주저없이 보트가격을 흥정하곤 그곳으로 갔다.

내가 간 그 강 중앙이라는 곳은, ‘산감’으로 불리우는 진정으로 야무나강과 겅가(갠지스)강, 사라스와띠강이 합쳐지는 정말로 신성한 곳이었다. 강바닥도 발목만큼만 오는지라 모두 그곳에 들어가 몸을 씻고 업장을 씻고 나오는 것이었다. 바라나시에서는 손도 못담구었던 겅가강, 그러나 그 강에는 발목은 담구었다. 워낙 성스럽다고 하니, 나는 그 강에대한 믿음은 없지만 인도인들의 믿음을 빌려 발가락 사이에 있으며 몇년동안이나 나를 괴롭힌 나쁜 습진을 없애보고자. “수많은 힌두 신들이시어, 수미산에서부터 흘러온 이 성스러운 강물에 발을 담그었으니, 이제 주저하지 마시고 제 병을 치료해 주시옵소서”

떼거리로 하는 목욕을 보고싶었지만 목욕의 날이 따로 정해져 있어 많은 사람이 목욕을 하진 않았다. (알고보니 목욕의 날은 내가 도착한 어제였던것!)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피부가 하얀 귀티나는 인도인 아저씨.

“어디서 왔어?”
“꼬레아요”
“이렇게 좋은 곳에 와서 왜 목욕을 안하지?”
“갈아입을 옷을 안들고 왔어요”
분명 인도인이었음에도 유창한 영어가 희한하여 물었다.
“아저씨는 어디서 왔어요?”
“난 미국에서 왔어”

아저씨는 이곳에서 목욕하기 위해서 미국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그렇담 세계 도처에 널려있는 인도인들이 많이 온다는 의미? 모두들 12년만에 찾아온 이 때 이 곳을 어렵게 찾아와 목욕을 하는데, 옷도 안벗고 구경만하는 내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와같은 축제가 있는지 생각해봤다. 추석, 설날, 정월대보름 등, 비슷한 것 같은 축제는 없다. 낙동강에 목욕하기 위해 구포뚝에 모인다거나 한강에 목욕하기 위해 여의도에 모인다거나 하는건 없지 않는가. 그래도 업장은 아니지만 더위를 씻기위해 한여름에 바다에 목욕을 하긴 한다. 그것도 일종의 축제라고 할 수 있지 않는가. 해운대는 8월 초 주말에는 방문객 하루 100만명도 기록한다는데 뭘. 그 많은 사람들이 목욕하고 마시고 먹고 즐기면 그게 축제지 뭐. 그래도 천만이 넘는 숫자는 너무한 숫자임에 틀림없었다. 하여튼 인도는 이해할 것이 너무 많은 나라인 것에는 틀림없다.

돌아가는 길에서 만난 아저씨와 아기.
사진 찍어달라해서 찍음. ㅋ 순례에 여행 온 소녀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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