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줘꿀꿀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돼지들이 꿀꿀거리며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런 탓에 현관을 나서기가 두렵긴 하다. 딱 하루, 한 마리가 밥주러 가는데도 누워있었던 날이 있다.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시끄러워도 신나게 꿀꿀대며 밥달라고 했으면 좋겠다.
반전 있는 돼지탈출기

“어머 어떡해! 돼지들이 탈출했어!” 전화기 너머로 아내 유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던 일을 급하게 접고, 아주 전속력으로 집 앞 임시축사까지 허겁지겁 뛰어갔다. 150m를 뛰어가며 오만가지, 십만가지 생각이 멤돌았다. ‘돼지들이 산으로 올라갔다면?’, ‘논에 들어갔다면…?’ 끔찍했다.
나는 똥통 위에 사는 병든 돼지가 될 것인가

전통적인 사육개념을 지금에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돼지에게서 빼앗은 햇볕과 바람, 땅은 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야 돼지도 사람도 건강하다는 걸 명심하자. ‘내가 먹는 것이 나’라고 한다. ‘나’는 똥통 위에 사는 병든 돼지가 될 것인가, 햇볕받고 흙에서 사는 건강한 돼지가 될 것인가.
80톤 톱밥 삽질로 돼지집 만들기

사람들에게 자랑처럼 ‘우린 톱밥을 채워서 돼지를 키울거에요’라고 했던 말이 가볍게 느껴졌다. 톱밥차가 쏟아 부은 양을 보고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 생각한 건 첫 번째로 도착한 톱밥을 치웠을 때, 딱 그때 뿐이었다. 한 번에 두 대가 들어온 날은 아침부터 치우기 시작해도 밤 10시 너머까지 삽질이 이어졌다. 가슴 속에 성취감 따위가 들어갈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날마다 ‘산’을 치워도 또 ‘산’이 생겨났다.
삽결살은 되는데, 돼지축사는 왜 안될까

일을 마치고 동료들과 삽겹살 집에서 회식을 하거나,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때, 그 누구도 눈치를 보거나, 항의를 받거나, 혹은 현수막이 걸리지 않는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건강과 즐거움을 주는 돼지들과 그들을 키우는 이들에겐 혐오와 비난, 항의가 빗발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축사 수도 설치

수도공사는 공사견적에 넣지 않았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나도 모르겠다. 왜 이 공사를 맡기지 않았는지! 다행히 터닦이 공사를 한 뒤 업체사장이 나에게 하루의 시간을 주었다. 수도관을 묻기 위해 포클레인을 불렀고, 작업자는 나 혼자였다. 결과적으로 해내긴 했다만 얼마나 무모했는지! 집에서 쓰고 있는 90m깊이의 암반 지하수를 축사 앞 밭에까지 끌어왔고, 길을 깨내고 축사로 연결했다. 포클레인 아저씨는 1m이상 깊이 […]
하하농장의 듬직한 짐꾼

2005년식 중고 포터 더블캡을 2012년도에 구입해서 지금까지 잘 썼습니다. 차알못이라 사기꾼같은 중고 매매업자에게 호되게 당했었지요. 차량 부식이 어찌나 심한지 운전석 아래에 구멍이 나기까지 했습니다. 앞으로 돼지들을 실어나르고, 사료가 될 곡물, 채소들도 실어날라야 하는데 기존 차량으로는 힘들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마침 후계농 대출로 차량구입도 가능하기에 한 대 구입했습니다. 이전 차는 수동이었는데, 새 차는 오토입니다. 연비가 조금 덜나오긴 […]
축사 골조공사

콘크리트 기초 양생이 거의 끝났다 싶었는데 어느새 골조가 올라갔습니다. 정미소에 알바다니느라 자리를 비웠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H빔 구조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건설업체 공장에서 콘크리트가 굳는 동안 H빔을 사전제작할 수 있었기에 이렇게 빨리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시공하는 ‘강파이프 구조’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트러스를 짜는 등 한 달이 넘게 시간이 걸린다고 했었는데요. 만약 그랬다면 올해안에 완공을 못했을 것 […]
축사 기초 공사

제 때 알리지 못했지만, 축사 착공허가는 9월 13일에 나왔습니다. ^__^ 착공허가 후 건설업체를 선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애초 설계도는 설계사 사장님께 최대한 싸게 해달라고 하여 각관이 주 골조로 된 축사인데요. 선정한 건설업체에서는 H빔 구조로 변경을 권유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H빔 구조로 하려면 다시 설계변경을 해야해서 시간이 더 걸렸네요. 견적금액도 예상을 좀 뛰어넘었지만 훨씬 더 튼튼하고 오래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