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내나는 돼지고기 어디까지 드셔보셨나요? 저는 ‘똥 맛’나는 돼지고기도 먹어봤습니다. 냄새 뿐만 아니라 씹었을 때 똥씹는 맛, 똥 향이 입안 가득 퍼진 적도 있습니다. 물론 시중 돼지고기는 그 정도 맛은 안납니다. ^^ (멧돼지를 잘못 다루었을 때 그런 맛이 납니다)

돼지고기를 먹을 땐 늘 ‘잡내’가 따라붙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이취’라고도 하구요. ‘고기 냄새’, ‘돼지고기 냄새’, ‘누린내’ 같은 단어로 흔히들 표현합니다. 분명 고기는 상하지 않았지만, 기분은 상하죠. 잡내가 많이 나면 기분도 함께 망가집니다. 기분 내려고 샀는데 기분 잡치면 안타깝습니다.

대체 잡내의 원인은 뭘까요? 잡내의 원인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돼지고기에선 왜 냄새가 나는지 정말 궁금하고, 해결하고 싶은데요. 이건 요즘 뿐만 아니라 예부터 그랬던 것 같긴합니다. 전통적인 돼지고기 요리(주로 중국과 유럽지역)에 향신료를 많이 넣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는데요. ‘냄새잡는’ 향신료들을 많이 넣습니다.(지금은 향신료가 내는 맛 자체가 좋아서 넣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한 가지씩 짚어보겠습니다.

 

하하농장 축사에서 낮잠을 즐기는 돼지들

거세하지 않은 수컷에서 나는 냄새, 웅취

안타깝지만,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알려진 바로는 한 번 먹으면 다시는 먹기 싫어지는 맛과 향이라고 합니다. ‘웅취’라고 하는 건데요. 단어 뜻대로 ‘수컷에서 나는 냄새’입니다. 웅취는 수컷의 호르몬(안드로스테논)과 위에서 생성되는 물질(스카톨) 때문에 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모든 수컷에서 나는 것도 아니고, 또, 모든 암컷에서 안나는 것도 아니랍니다. 더 놀라운 건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도 다르답니다. 복잡하죠.

돼지고기가 주식이던 유럽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2~3주령의 새끼돼지 고환을 잘라내는 ‘거세’를 해왔는데요.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거의 모든 수컷돼지를 거세하고 있습니다. 거세를 한 수컷돼지는 더이상 웅취가 나지않습니다. 요즘엔 오히려 웅취나는 돼지고기를 만나기 힘들죠.

도축과정에서 방혈이 잘못되어 나는 냄새

자세히 묘사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요. 피를 빼내는 작업 즉, 방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고기에서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추측하건대 피는 빨리 변질이 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보관까지 잘못하게 되면 거의 버리는 고기가 됩니다. 그래서 도축장에 상주하는 수의사가 철저하게 감독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방혈불량은 도축장에서 출하가 금지되기 때문에 웅취처럼 만나기 힘든 냄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비슷한 냄새는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데요. 농장에서 돼지를 데리고 가는 과정에서 돼지간의 싸움이 나거나, 넘어지거나, 사람이 발로 차거나, 때리면 피멍이 들지않겠어요? 피멍이 들었다는 얘기는 피가 근육 속에 고였다는 말이 됩니다. 

피멍이 든 부위는 아무리 방혈을 잘한다 해도, 빼낼 수가 없습니다. 손질을 잘하는 정육점에서는 피가 고인 부분을 도려내거나 아예 반품을 보내기도 하는데요. 넵, 이 부분이 잘 못 걸리면 냄새가 난답니다. 

도축장에서 오염이 되었을 때 나는 냄새

이 부분은 저도 책에서 본 내용인데요. 닭이든 뭐든 동물을 잡게 되면 따뜻한 물에 담구었다가 털을 뽑는 과정을 거칩니다.(탕박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스팀이나 흐르는 물 등 위생적으로 처리를 하는데, 예전에는 쓰던 물을 계속 썼답니다.

도축 전 돼지들을 아무리 씻는다해도 그 더러운 물에 또 담그게 되면 아무래도 고기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냄새가 많이 났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그런 곳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해썹이 의무입니다)

 

하하농장 정육점. 실내에 에어컨 대신 아예 고성능 냉동기를 설치했다. 사진 중간 위

 

냉동기를 3°C 맞추어놓고 작업한다. 그래서 냉동실에서 입는 방한 위생복을 입고 발골/정육한다. 사진 속 인물은 하하농장 일꾼들. 왼쪽 송유하, 오른쪽 김성만

냉장이 잘못되어 나는 냄새

요즘 시대에서 돼지 냄새가 난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 이 문제일겁니다. 돼지고기는 소고기보다 훨씬 빠르게 변질이 되는데요. 온도가 높은 곳에서 조금만 방치가 되어도 금방 망가집니다. 정육을 배운 뒤로는 대형마트든 어디든 가게 되면 정육코너를 눈여겨 보는데요. 뭐든 배우려구요. 그런데 딱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온도관리였습니다.

돼지고기는 법적 냉장온도가 -2°C~10°C 입니다. 해썹 인증을 받기 위한 작업장 관리온도는 15°C입니다. 사실상 일반적인 에어컨이 18°C가 최저라는 걸 생각하면 그 이하의 온도를 위해서는 고가의 냉장장비가 필요하고, 보통의 정육점이나 오픈이 된 대형마트에선 맞추기 힘든 온도이긴 합니다.

하지만 분명 돼지고기는 상온에서 빠르게 변질이 됩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보관기간이 짧아집니다. 그날 손질한 고기를 바로 집에서 드신다면 모를 일이지만, 혹여나 상온에 오래 노출된 고기를 냉장고에 다시 넣었다 며칠만 지나면 냄새나는 고기가 됩니다.

온도관리를 잘하는 정육점에서 정육 후 바로 진공포장을 하게 되면 냄새도 안날 뿐더러 2~3주 냉장고에 보관해도 아무 이상이 없죠. 하하농장 정육점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슬쩍 광고 ㅋ)

냉동육에서 나는 냄새

도축/정육 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고기라도 냉동했을 때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요. 이유는 고기 안에 남아있는 소량의 혈액이 변질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정육점에서 유통한 냉장고기라면 냉장상태일 때 ‘육즙’과 함께 조금 남아있던 피도 자연스레 빠져나가는데요. 이걸 냉동했을 때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냄새의 원인이 됩니다.

뒷다리살, 등뼈, 미니족 등 유통이 빠르지 않은 부분육들이 흔히 냄새의 대상이 되는데요. 보통의 구이용은 빠르게 유통이 되어 얼릴 일이 없는 반면, 말씀드린 저런 부위는 소비속도가 느려서 육가공 공장에서도 육가공 후 바로 얼렸다가 천천히 판매합니다.

이런 부위들을 구입하셨을 때는 세척, 물에담그기 그리고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셔야지만 냄새가 안나는 요리를 드실 수 있습니다. 아니라면 도축 후 바로 냉장유통하는 곳을 찾아서 구매하시면 됩니다. (저희 하하농장에서는 냉장으로 바로 판매한답니다.^^)

미생물에 오염됐을 때 나는 냄새

위생관리를 잘못하면 이 또한 냄새의 원인이 됩니다. 더러운 도마를 쓴다거나, 더러운 칼을 쓴다거나, 땅에 떨어뜨린 칼을 다시 주워서 쓰거나, 육절기 청소를 오랫동안 안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행동도 냄새의 원인이 됩니다. 한 번은 tv에서 어떤 육가공장의 하루가 나왔었는데요. 오전에 일한 뒤에 스팀으로 세척하고, 또 오후일을 끝내고 다시 스팀으로 세척하는 모습을 보고, ‘아, 제대로 하는 곳은 저렇게 해야하는 구나!’ 했었구요. 

유튜브에서 마*동의 육가공장에서 발골을 하는 모습을 봤는데요. 그렇게 더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에 몇 번을 씻고 소독해야 하는 도마를 최소 며칠은 안한 것 같은 비주얼이었습니다. 저희는 정육을 배우고 난 뒤로 식품 소독용 알콜을 아예 말통으로 사다가 집기들을 소독하고 있거든요. 영상이었지만 정말 허걱 했습니다.

고기가 미생물에 오염이 되면 변질의 속도가 매우 빨라집니다. 당연하죠. 같은 온도 조건에서 금방 냄새가 나는 고기가 됩니다. 그래서 고기를 구입하실 때는 꼭 위생적인 공간에서 생산하는 고기를 구입하셔야 합니다. 

냉동했다 해동했다 반복했을 때 나는 냄새

이 부분은 경험적으로 그렇더라구요. 오늘 고기 먹어야겠다 하고 꺼내놨다가 거의 다 녹았는데 마음이 변해서 다시 넣어두면 거의 냄새가 나더라구요. ㅠㅠ 그럴 때면 속에선 왜 그랬을까 후회가 밀려옵니다. 냄새는 둘째치고 맛이 정말 없어집니다. 딱 한 번 정도는 얼려도 괜찮은 것 같은데요. 녹았다 다시 얼리면 정말 맛없는 고기가 되더라구요. 이 부분은 다음에 한번 자세히 써볼게요. ^^

마무리,

돼지고기에서 나는 냄새의 원인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돼지를 키우고, 정육을 하면서 공부하고, 듣고, 느끼는 점들을 블로그에 풀고 있는데요. 도움이 조금 되셨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얻는 것들 자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방문 감사드립니다! ^^

이 글은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익*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 하하농장

      도움이 되셨나 모르겠네요. ^^a 댓글 감사합니다~

  2. 익*

    녹였다가 다시 얼리고 … 해서 잡내 나게 된 고기는 해결 방법이 없겠..죠…? 마늘 생강 맛술 … 다 들어간 양념을 아무리 뒤집어 씌워도 설거지 하고 난 뒤까지 냄새가 집안에 계속 남아있네요. 그냥 버리자니 돼지한테도 미안하고 …

    1. 하하농장

      안녕하세요? 하하농장입니다.
      네 ㅠㅠ 변질이 된 고기는 되살릴 길이 없는 것 같아요. 약간의 정도라면 말씀하신대로 생강 마늘 등등으로 잡을 순 있겠지만 조금 심하다면 어려워요.
      방문 감사드립니다!!

  3. 익*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 하하농장

      도움이 되셔서 좋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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