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된 지 한참 된 오늘, 눈이 왔다. 우리는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강아지 입양. 두둥!

애초에 나는 마당이 있는 시골집에 살게되면 강아지랑 살게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 같은게 있었다. 어릴 적 이모할머니댁에 있던 강아지와 놀았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강렬하게 남아있기도 하고… 한 번쯤 함께 살아보고 싶었다.

다만 이 결정은 함께하는 사람이 동의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상 식구가 한 명 늘어나는 것인데 보통일은 아닌 것이다. 아내 유하는 개를 좋아라 하지 않는 성격이라 함께 사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결정이 바뀌게 된 계기는 첫째아들 모하 때문이다. 며칠 전 유치원에서 자기소개 준비를 하라는 숙제가 떨어졌다. 그곳에 적힌 질문 중 하나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은?’이었는데, 모하는 0.1초의 고민도 없이
“강아지 키우는 거”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우린 강아지 없는데?”라고 되물어도 또 강아지 키우는게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모하는 공원에서나 길에서나 강아지를 만나면 쫓아가서 만져봐야 성이 차던 아이다. 강아지를 어찌 좋아하는지 그 전에도 강아지 타령을 계속 했었다.

작은 산골이지만, 이곳은 친구가 없는게 가장 큰 흠이다. 나가서 놀아봐야 도랑물에 돌던지고 놀고, 벌레 잡아서 괴롭히면서 논다. 강아지가 함께라면 좀 낫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유하와도 키울까 말까 수십번도 더 논의를 했다.

결정적으로 유치원 숙제가 우리의 마음을 돌렸다. 어차피 우리는 마당이 있고, 산책할 수 있는 길도 길~~고, 앞으로 다른 동물들도 키워야 할 수도 있는 터라 하루라도 빨리 결정하자며 오늘 결정했다. 어느 사회복지시설에서 키우는 골든리트리버가 아이들을 낳았고, 입양할 가족을 찾고 있다는 걸 들었기 때문에 더 신속히 결정했다.

눈이 많이 온다고 해서 유치원을 쉬었는데, 눈이 그치는 바람에 강아지를 데리러 다녀왔다. 눈이 오는 봄날에 우리집에 온 지라 ‘봄눈’이라고 이름지었다.

반려동물이라고는 키워본 적도 없는데 이렇게 덜컥 입양하게 되어 난감하긴 하다. 봄눈이는 이 글을 쓰는 지금 발밑에 살을 부비며 자고 있다. 봄눈아 앞으로 우리랑 잘 살아보자!! 우리한테 와주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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