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는 반드시 똥을 치워야한다. 사료를 주는 만큼이나 중요하다. 똥은 반드시 퇴비로 만들어야 하는데 만든 퇴비는 어디든지 옮겨야 한다. 다행히 얼마 전까지는 톱밥만 넣어주는 상황이어서 크게 치우는 일은 없었다. 작년 수해 전까지는.
2023년 수해는 조금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 축사 뒤쪽과 축사 안쪽까지 모래까지 쌓였기 때문이다. 수해복구를 하며 미루고 미루었던 중고 굴삭기를 샀고, 굴삭기로는 부족해 작은 덤프까지도 구입을 했다. 급한 흙들은 작은 덤프로 치우긴했다. 이 작은 중고 덤프도 가격이 무려 300만원이었다.
작은 덤프는 확실히 부족했다. 미니 포크레인으로도 두 세삽이면 가득 찼다. 흙을 싣고 내리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 탓에 포터 덤프트럭이 보일 때마다 ‘저거 하나만 있었으면’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따금씩 중고 덤프차를 알아보기도 했다. 가격은 못해도 2천 이상이라 불가능이었다. 더군다나 차량은 의무보험을 들어야해서 비용이 훨씬 더 증가한다.
이런 와중에 농촌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아싸’를 외치게 되었으니, 포터 짐칸에 실려있는 퇴비용 덤프가 있는게 아닌가. 바로 인터넷으로 그렇게 생긴 덤프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덕분에 비슷한 종류의 덤프를 제법 찾아냈다. 기존 차량에 싣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덤프들이었다.
그런데 그것과 함께 나온 관련영상 중 하나가 괴상한 게 하나 있었다. 포터 짐칸을 고대로 들어올려 덤프처럼 쓰는게 아닌가! ‘어??? 저렇게 해도 되나???’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영상을 클릭해보니 진짜로 그렇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합법적인 개조였다. 이런걸 진작에 알았다면 후회가 밀려왔지만, 그렇게 개조하는 곳은 그곳 이외에 찾지를 못했다.
더 미룰 필요도 없었지만 마음의 준비는 필요했다. 마음의 준비가 끝난 뒤에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안타깝게도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작업은 몇 달을 기다렸고, 우리 판매 때문에 한 주는 내가 미루었다. 작업 시작하는 날 차를 갖다드리고, 5일만에 작업이 끝났다. 갖다 드릴 때는 직접 갔지만, 받을 때는 탁송기사님께 부탁을 드려 받았다. 아무튼.
집에 와서 덤프를 작동 시켰다. 와!!! 이게 진짜 된다니!! 스무스하게 슥~ 올라갔다. 덤프 리프트?도 두 개로 아주 튼튼해 보인다. 여기저기 보강도 된 것 같아서 더 믿음이 간다. 축사 뒤로 쏟아져내린 흙들 하며, 축사 안에 쌓인 톱밥퇴비들 하며, 그리고 앞으로 치울 퇴비까지 모든 상황이 그려졌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일들이 아주 쉬워 보인다.
축사에 치워야 할 것이 산더미인데, 걱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