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는 더 비쌉니다. 오늘(2020년 10월 30일) 돼지고기 도매시세를 보면 지육 1kg 당 일반돼지는 4,278원이고, 흑돼지는 6,369원입니다. (제주흑돼지 기준이지만 육지흑돼지도 같은 수준으로 도매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흑돼지가 50%가량 비쌉니다. (컥!)

소매가도 상당히 차이납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스마트스토어 기준 500g에 일반돼지는 12,900원, 제주흑돼지는 19,9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무려 7,000원이 차이납니다. 가격만 놓고 봤을 때 일반돼지 완승입니다. 일반돼지와 흑돼지와의 차이점을 모르고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50%가량 더 비쌉니다. (더 비싸게 파는 곳도, 조금 더 싸게 파는 곳도 있습니다)

흑돼지가 비싼 이유는 대체 뭘까요? 어디 물어봐야 알 수 있을까요? 양돈업자와 정육업자에게 모두 다 물어봐야 정답이 나올겁니다. 양돈업자에게는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들어가길래 그렇게 비싸게 파는지를 물어야 할 것 같구요. 정육업자에겐 흑돼지를 그렇게 팔아도 사람들이 사는지를 물어봐야겠네요. 

멀리가지 않아도 이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바로 저. ㅋ 저희(아내와 저)가 흑돼지를 키우면서 직접 정육점도 운영하고 있거든요. 양돈업자이면서 동시에 정육업자입니다. 소위 6차산업이라고 하죠? 생산과 판매를 동시에 하는. 아주 작은 농장이어서 가능한 일이긴 합니다. ^^

 

하하농장의 어린 흑돼지들. 풀도 잘 먹는다. 풀의 섬유질은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 더 건강한 돼지가 된다.

첫번째, 흑돼지는 사육기간이 길다. 

일반적인 백돼지는 6개월 내외정도 사육하면 110kg 가량 나갑니다. 도축한 뒤 고기는 90kg 내외가 남게되죠. 요즘에는 온도관리, 청결관리, 병균관리 등 갖가지 기술들이 도입되어 5개월 반 만에도 출하가 가능할 정도가 된다고 하니 어마어마하게 빨리크죠. 교배기술이 발달된 것도 한 몫 합니다. 다 큰 돼지는 300kg도 훌쩍 넘는데 진짜진짜 큽니다.

흑돼지는 이에비해 사육기간이 깁니다. 7~8개월 키워도 90kg 내외가 됩니다. 더 크게 키우는 곳도 있습니다만 백돼지만큼 불쑥 크진 않습니다. 도축 후 지육(고기 덩어리)도 70kg 정도가 남게되죠. 백돼지에 비해 사육기간이 긴데다 지육도 적게 나오니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료비에 축사 유지관리비 등 2개월 가량 (저희 농장의 경우 12개월까지도 키워야 합니다) 더 키우다보니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갑니다. 경제성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흑돼지농장들이 대거 사라졌습니다. 

 

볏짚도 먹는다.

두번째, 새끼를 적게 낳는다.

흑돼지는 한 번에 8~10마리정도 새끼를 낳습니다. 재래돼지의 경우는 8마리도 안될 때도 많습니다. 보통은 2~3마리 정도는 새끼일 때 도태되는 경우가 많아 ‘생산성’이 아주 많이 떨어집니다. 어미돼지 크기도 작아 안쓰러울 때도 많습니다.

반면에 백돼지의 경우는 한 번에 12마리 이상을 낳고 기를 수 있습니다. 어미돼지의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크고, 젖도 크죠. 많은 새끼를 기를 수 있는 능력이 있죠. 한 해 동안 2.5회 정도 출산을 하는데요. 1년 평균 젖떼는 새끼돼지 수가 무려 24마리 정도 됩니다. 덴마크나 네델란드 등 양돈 선진국에선 30마리도 넘습니다.

흑돼지와 백돼지는 생산성의 차이가 이렇게 큽니다. 빨리 자라지도 못하고, 번식도 느립니다. 그런 이유로 30년 전만해도 흑돼지 농장이 아주 많았지만, 지금은 전체 대비 1~2%정도만 흑돼지를 기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돼지를 키우고 판매하는 이유가 있죠. 바로 여러분들이 흑돼지를 구입하시는 이유와 같습니다.

세번째, 흑돼지는 맛있다. 높은 적색도와 불포화지방산.

정육을 하다보니 어떤 고기가 적색도가 높은지 알겠더라구요. 재래돼지나 버크셔의 경우 매우 높습니다. 돼지마다 다 다르긴해도 어떤 고기는 거의 소고기처럼 붉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 건 조금 빼두었다가 시식을 해보면 아! 하는 탄성이 나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적색도가 평균적으로 매우 높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살코기에 지방의 침착도도 높습니다.(마블링) 난지축산시험장에서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백돼지에 비해 적색도가 39%나 높았다고 합니다. 마블링도 13배나 높다는 연구결과입니다.

연구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연구에선 유전자가 그렇다는 결론) 이렇게 적색도가 높은 이유는 성장속도와 관계가 있지않나 싶습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하하농장은 넓습니다) 아주 빠르게 크다보니 근육이 성글게 성장하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또,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습니다. (포화지방산이 건강에 안좋은건 다 아시죠? 다음에 한 번 다루겠습니다) 난지축산시험장 연구에 의하면 백돼지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15%나 높았다고 합니다.(그런 유전자가 있다고 합니다)

불포화 지방산 비율이 높아질 수록 기름의 굳는 온도가 더 낮아지는데요. 예를들어, 소고기를 굽고난 접시엔 순식간에 하얀기름을 볼 수 있는 반면에, 고등어 같은 생선을 굽고난 접시엔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습니다. 똑같은 동물성 지방이지만 조성비율에 따라 그렇게 차이가 납니다.

이건 몸 속에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녹는점이 낮으면 체내에서 기름이 굳을 가능성이 적지만, 소고기처럼 녹는점이 높으면 체온에서도 녹지않고 오랫동안 남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건강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환경이나 사료, 돼지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흑돼지는 유전자 특성상 백돼지에 비해 적색도도 높고, 불포화지방산 비율도 높습니다.

 

흑돼지는 정말 붉다. (사진은 버크셔 목심살)

 

삼겹살. 지방도 정말 쫀득하고, 껍질도 맛있다.

네번째, 흑돼지는 지방도 맛있다.

지방 혹은 비계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 느끼는 ‘맛’은 상당부분 지방에서 옵니다. 그래서 지방이 맛있는 고기가 진짜 맛있는 고기입니다.

바로 흑돼지가 그렇습니다. 지방이 정말 고소하죠. 저희 농장 고기를 처음 드신분들 반응을 들어보면 특히 더 그렇습니다. 다른 고기에서 느낄 수 없었던 지방의 풍미를 맛볼 수 있습니다. 느끼한 맛이 없고 고소합니다. 또, 껍질은 아주 쫀득해서 식감도 좋습니다.

다만 지방이 조금 많은 편입니다. 이건 ‘백돼지’가 지방이 적은 방향으로 개량을 했기 때문인데요. 요즘엔 지방이 너무 적어져 다시 적당한 양의 지방을 갖는 돼지로 개량을 하고 있답니다. 흑돼지는 흑돼지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개량을 하다보니 지방 부분을 백돼지만큼 적게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지방이 맛있어도 너무 많으면 싫어합니다. 꼭 삼겹살 뿐만 아니라 뒷다리살, 앞다리살 등에도 지방이 많습니다. 비싼 지육(고기덩어리)을 구입해, 지방으로 많은 양을 덜어내다보니 소매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추가장점 : 흑돼지는 자연환경에 강하다

저희 농장을 예를들면요. 농장에 벽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직사광선이 바로 들어옵니다. 보통의 돈사는 벽도 있고, 난방장치도 잘되어 있는데다가, 직사광선이 거의 안들어갑니다. 흑돼지라서 가능한 부분인데요. 개량이 덜 된 덕분에 추위에도 강하고, 더위에도 강합니다. 또, 직사광선에도 강합니다. 반면, 백돼지는 추위, 더위, 자외선에 취약하죠. 건강하게 키우려다 병을 얻기 십상입니다. 

흑돼지의 경우 더 건강하게 사육할 수 있는게 아주 큰 장점이죠. 친환경 농장이 대부분 흑돼지를 키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일반 농장이라도 흑돼지를 키우는 곳이라면, 신경을 더 쓰는 곳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제주도를 제외한)내륙에 있는 흑돼지 농장들은 나름 신념들을 갖고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죠. 낮은 경제성을 대부분 신념으로 극복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더 깨끗하고, 관리도 훌륭한 것 같아요. 

돼지고기, 다양하게 드셔 보세요. 맛의 신세계가 열립니다.

돼지고기도 싼 것만 찾는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배를 채우는 데 목적을 두지않고, 맛과 향 그리고 건강까지 생각합니다. 배고픈 시절에야 뭐든 고기라면 환장했었죠. 이젠 돼지고기도 골라먹는 시대가 왔습니다. 평균소득이 서유럽국가 부럽지 않은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습니다. 돼지고기 가격에 조금 더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것이죠.

인터넷에 온라인정육점들을 살펴보면 다양한 종류들이 많습니다. 국내에서 파는 종류는 크게 일반돼지(3원교잡종), 흑돼지(버크셔, 우리흑돈, 재래돼지) 이렇게 네 가지고, 수입 돼지고기는 유명한 이베리코, 듀록 등이 대표적입니다. 저도 여러가지 시도해보고 있는데요. 이렇게 다를수가 있나! 느낀답니다.

정리하자면,

흑돼지가 비싼 이유는 첫번째, 사육기간이 너무 길고, 잘 크지도 않는다는 점. 게다가 새끼도 적게 낳습니다. 반면에 적색도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 아주 맛있고, 건강하다는 거죠. 다만, 지방이 많아 버려지는 때문에 도매가에 비해 소매가가 더 비싸진다는 겁니다.

도움이 조금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하하농장에서는 친환경 흑돼지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채널(@hahafarm)을 추가해놓으시면 판매시기를 놓치지 않고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스트레스 없고, 넓고 깨끗한 환경에서 사육한 흑돼지 판매

이 글은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익*

    너무 재미있고 유익한정보 감사해요 글고 더 궁금한게 한가지 있는데요 흙돼지도 급이있나요 암퇘지 숙돼지 거세한돼지 등등 맛도 차이가 많이나는지 알고싶어요

    1. 하하농장

      안녕하세요?
      일단,, 시중에서 수컷돼지는 만날 수가 없어요. 수컷돼지는 씨돼지로 키우는 것 이외에는 모두 거세를 하거든요.
      돼지를 키우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요.,, 수컷돼지는 발정기가 지나면서 엄청나게 사나워져요. 공격하기도 하고,, 저도 숫컷씨돼지에게 공격받은 적도 있고요. (정말 무서워요) 암튼 그 때문에 수컷돼지는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암퇘지와 거세돼지를 따로 구분해서 먹어본 적이 없어요. 맛 차이가 있더라도 아주 적을 것 같고요. 그리고 농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암돼지가 맛있다고 암돼지만 찾다보면 고기 소비의 불균형이 올 것 같거든요. 이따금씩 암돼지만 취급한다는 음식점이 보이는데요. 너무 차별적인 대우라고 생각합니다. ㅎ 암수 차이에 따른 지방 비율이나 활동성에 따른 고기의 질감이나 차이는 있겠지만,, 그냥 모르고 드셔도 될 것 같아요^^ 비슷해요~

  2. 강혜*

    안녕하세요
    문득 일반돼지와 흑돼지의 차이점이 궁금해져서
    네이버에 검색해보았는데
    이렇게 설명을 잘 해주신 글을 읽게되어 많은 것을 알아갑니다.
    주변인들에게도 이 글 내용을 알려줘야겠어요.
    유익한 정보도 너무 좋았지만 글을 작성하시는 솜씨가 완전 대박이세요!!
    읽는 내내 흐름이 너무 좋아 쭉쭉 읽어내려갔어요
    다 읽고나니 당장 흑돼지를 먹고싶을 정도입니다 ㅎㅎ

    1. 하하농장

      안녕하세요? 하하농장입니다.
      에고.. 칭찬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셔서 다행이구요. ^^
      어릴 적 여행작가가 꿈이었던 때가 있어서
      글을 써 본 경험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첫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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