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G story

흑돼지 사육 이야기

한국에 닥친 ASF, 하하농장 가슴이 철렁

이 병은 정말 무서운 병이다. 걸리면 죽는다. 현재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병의 종류는 ‘심급성’과 ‘급성’인데 1일~7일 사이에 폐사한다. 바이러스에 의한 병이라 항생제는 아예 소용이 없고, 바이러스 자체가 너무 복잡해 분석도 2~30%정도밖에 안되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1921년 케냐에서 발견한 뒤 100여년이 지났고, ‘선진국의 연합’인 유럽에도 타격을 입혔지만 방어만 겨우 했을 뿐 바이러스를 잡지는 못했다.

여름, 버퍼링 걸린 하하농장

이 날도 나는 정육점 작업을 하던 와중에 호출이 됐다. 아내는 호수, 목욕탕 같은 단어를 연발하며 빨리 오라고 했다. 도착해서 보니 입이 딱 벌어졌다. 도대체 얼마동안 물이 나와야 저렇게 찰 수가 있는지! 50평 쯤 되는 공간인데 절반 정도가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차 있었다. 아마도 전날 오후 늦게부터 터진 게 오늘 아침까지 계속 나왔나보다.

합동단속반이 와서 하는 말, 이런 돈사 처음

그러던 중 오후 네시경에 군청 공무원한테 전화가 왔다. “내일 두시 넘어서 갈 건데요. 가축분뇨법 참고하세요.” 처음엔 ‘이 바쁜 때에 누가오나’ 싶어서 못 마땅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날들을 보내고 있는 탓에 누가 온다는 건 정말 부담스럽다. 그런데 아주 짧은 통화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풀먹는 돼지 보셨어요?

풀을 먹인다고 했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네? 풀요? 어떤 풀요?” 재차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더 놀라웠다. “들판에 난 풀은 다 잘먹어요.” 우리 선배농가인 팜핑농장의 이민우씨는 돼지들이 풀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강조하며 이야기 했다.

흑돼지 축사 여름준비

이따금씩 가축들이 폭염에 쓰러졌다는 기사를 봤었다. 이른 봄날부터 ‘폭염’수준의 더위가 시작되는 걸 보면, 올 여름이 걱정이다. 돼지를 데리고 여름을 난 것은 작년이 처음이지만, 마리 수가 작년대비 열 배가 넘는다. 그늘을 만들고, 물을 뿌려주고, 더 더워지면 아예 스프링 쿨러를 설치해 내가 없어도 물이 나오도록 할 생각도 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는 터지기 마련인데, 그 사고가 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여름아~ 부탁해!

새끼돼지들의 독립

남은 새끼들은 다행히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았다. 물꼭지도 잘 썼고, 밥먹는 양도 서서히 늘어갔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나였는데, 인기척을 느낄 때마다 후다닥 구석으로 도망갔다. 나는 그들에게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는 건강에 걸림돌이다. 그래서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자돈방에 들어가 퍼질러 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손가락을 내 주었다. 두 세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와 깨물고 달아나기를 반복했다. 몇 번 그렇게 장난을 받아주었더니 드디어 나를 본체만체했다. 성공이다.

정육점 터닦이와 규준틀 설치

정육점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착공신고는 진작에 마쳤고, 경계측량까지 했건만, 축사 일이 바빠 미루고 있었습니다. 축사의 돼지들이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어서 초조한

마지막 모돈 출산, 무려 11마리

모돈 다섯마리 중 마지막 모돈이 출산했습니다. 덩치가 너무 커서 큰일이 나겠다 싶었는데, 무려 11마리의 돼지들이 나왔네요. 저렇게나 많이 품을 수 있다는게 정말 놀랍습니다.

잠 잘 준비

오후 다섯시 경, 넘어가는 해를 더 이상 잡아두지 못할 것 같은 때에 돼지들은 잠 잘 준비를 한다. 너무 이르지 않나 싶지만, 한마리 두마리 서로의 체온을 전하려고 붙어서 누울 때에는,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