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휴식 중 여행
산샤댐에 가려 했으나 너무 멀어 거쪼우댐 여행. 꿩대신닭.
거대한 배들이 하류에서 상류로 가는 신기한 장면 목격, 갑문!
돌아오는 길에 만난 소매치기.

 그날 도착한 이창이라는 도시 이후부터는 줄곧 산악지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산에 대한 두려움에 체력도 보충할 겸 해서 하루 쉬어가기로 했다. 다음날 건너야 할 장강을 어떻게 해야하나 답사를 가려고 길을 나서는데, 물을 사러 들어간 슈퍼집 아주머니는 ‘샨샤따바’에 안가냐고 물어봤다. 그냥 시내에 간다고 얘길했더니 왜 거길 안가느냐고 소리치듯 이야기했다.

 설명이 시작되었다.

“#@!^&*$&#@^!%^%&^*&%^$@#^ 헌따 $@%^&*” (@^@ 정말크다 !%@#^)

“쩐더마?”(정말요?)

“스아~, @$^%#$#$%^ 쭈이 !@&*^%@^” (응, !#%$@#^$#!#@ 최고야 $@%^##@%)

 귀에는 ‘따'(크다), ‘쭈이'(최고다) 이런 말만 와닿았다. 결국엔 그곳이 세계최대의 댐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몇년전부터 환경적인 문제 등으로 이슈가 되어왔다는 것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다면 당연히 가봐야 했다. 얼마전에도 산샤댐으로 인한 서해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다큐멘터리를 잠깐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이 지역에 있다니!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표시는 되어있었으나 내가 그것을 사전(辭典)의 도움없이 읽을리 만무했다. 얼마나 많은 물을 가두고, 얼마나 많은 전력을 생산하길래(석탄발전소 15개 규모라고 한다) 서해의 환경까지 영향을 미치나.

 자전거로 가도 2시간정도 걸린다고 했기에 버스가 있다고는 했지만 자전거로 다녀온다고 하곤 출발했다. 도로 저편에는 양쯔강이라고 알려진 장강이 흐르고 있었다. 장강은 그 이름답게 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이라고 한다. 세계에서는 3번째. 상하이 연안 바닷물을 온통 황톳빛으로 물들였던 주범이다. 황토는 어디서부터 흘러내려오는 것이길래, 여행 도중 3번이나 헤어지고 만났지만 물색은 여전했다. 또, 장강을 타고 수많은 화물선, 여객선이 운행되고 있었다. 내가 가진 자료에 의하면, 1만톤급 선박은 우한까지, 2000톤급 선박은 내가 있는 그곳 이창까지 올라오고 조금 더 작은 선박은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상하이와 연결되는 바다뿐만 아니라 대운하를 통하여 천진까지 나갈 수 있다고 하니, 내륙 수로교통이 아주 중요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내에 도착하고도 한참을 달렸지만 댐의 그림자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따바 날’(큰 댐 어디)라고 물어보았지만, 가던길 방향으로 계속 손가락질 할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스레 만난 댐. 그 댐이 산샤댐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수퍼집 친구들이 입이 마르도록 전했던 감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극심한 환경문제와 기타 수많은 문제사항들을 껴안고 댐을 건설했다고 했기에 더 크고 웅장해야 했다. 가까이가서 살펴보니 그곳은 산샤댐 아래에 있는 ‘거조우’댐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시간은 이미 오후 3시를 넘어서고 있었기에 더 가기에는 늦다고 생각하고, ‘꿩 대신 닭’이라고 그곳을 구경했다.

댐 하류에서 본 모습. 갑문에서 배들이 나오고 있다.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가기 위해 들어온 배
거대한 문이 닫히고 물이 아래쪽에서부터 차 오른다.
물이 차면서 배는 점점 올라온다.
점점 더 올라가고
올라가고,
올라간다. 대박?
물이 상류 높이만큼 차 오르면 상류쪽 문을 열고 나간다.
아주 멀러서 온 것 같은 여객선
이렇게 내륙을 배로 이동을 한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신기방기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댐쪽으로 걸어갔다. ‘댐 관람에 웬 입장료람!’ 하며 불만을 얘기하며 걸어가다 2개의 거대한 ‘수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수조 내부에는 강위를 항해하던 수많은 배들이 들어있었다. 그제서야 ‘맞다, 댐이 있는데 배가 어떻게 가?’라는 생각을 했고, 곧이어 그 수조가 비밀을 풀어주었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배는, 우선 물이 가득한 수조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온 문을 닫고 수조의 물을 하류쪽으로 흘려보내며 수심을 낮추었다. 하류의 수심과 같아진 수조의 물. 하류방면 문을 열고 배는 떠나갔다. 반대로 하류쪽에서 올라오는 배는 수심이 낮아져있는 수조로 들어왔다. 들어온 문을 닫고선 상류의 물을 수조안으로 들여보내어 수심을 상류의 높이와 같게했다. 상류쪽 문을 열고 배는 떠나갔다.

 예전에 TV에서 그 비슷한 것을 본적이 있긴 했었지만, 직접보니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 배의 규모도 결코 적지않은 것들이었기에, 댐을 중심으로 상류와 하류의 높이차이도 못해도 30~40m는 되는 것 같았기에. 신기한 장면에 완전히 압도되어 한동안 멍청한 상태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수조는 나중에 찾아보니 ‘갑문’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댐의 의식’이 생각보다 오랫동안 치러졌기 때문에 상당히 늦은시간에 출발하게 되었다. 해가 지기전에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바쁜 마음으로 가고 있었다. 도중 신호등에 걸리게 되어 잠시 정차했다. 다시 천천히 출발했고, 속도를 점점 높이려는데 느낌이 이상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뒤에는 나와 보조를 맞추어 뛰어오며 허리가방 속에 손을 넣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는 순간 움찔하며 나와 눈이 맞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미 정차한 나를 앞질러 갔다. 허리가방속에 없어진 것을 재빨리 확인하고는 그를 ‘어이~’하며 불러세웠다.

자신은 아무것도 가지고가지 않았다고 이미 내가 확인한 바를 재차 손짓으로 표현하며 그저 걸어갈 뿐이었다. ‘그냥 보내서는 안되겠다’하고는 뛰어가서 발로 한 대 걷어찼다. 뒤돌아보는 그를 향해 그 순간 할 수 있는 모든 욕을 내뱉었다. 할 수 있는 모든 폭력행위를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살기가득한 나의 눈을 읽었는지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제서야 그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장동건’같은 얼굴, 큰 키에 땟물이 그득한 옷과 신발. 허우대는 멀쩡했다. 나이는 나보다 어려보였다. 순간 마음이 약해지며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데, ‘빽’으로 보이는 중국사람이 그를 데려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가 시켜서 소매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약해진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다시 그들을 붙잡으러 가려는 순간, 지켜보던 사람들이 말렸다.

 중국어로 많은 얘기를 늘어놓았지만, 그는 ‘신장우루무치’ 사람이고 나쁜사람은 아니다 라는 것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그 ‘빽’ 때문에라도 경찰에 신고하여 벌을 받게하고 싶어 다시 찾아보았지만 이미 다른 곳으로 간 이후였다.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다. 지갑속의 2000원(26만원 정도)이라는 거금과, 신용카드, 현금카드, 주민증, 학생증 등이 다 날아갔을 것이다. 일이 벌어지지 않고 미수에 그친 것이 나에게는 큰 경각의 계기가 되었다. 

숙소 앞 슈퍼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 날 찍은 사진!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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