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자전거 도로 덕분에 가뿐한 시작
너무 더워 힘들고, 음식 냄새 때문에 더 힘들었다
처음부른 가격은 최종가격은 아님, 깎는걸 전제로 가격을 부름
너무 다른 환경은 힘들었지만, 조금씩 즐기기 시작

차도는 물론 인도와도 확실히 구분해놓은 중국 상하이의 자전거 도로(2006년)

 도로는 매우 잘 닦여있었다. 자전거를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중국이기에 큰 자동차 도로 양편에는 거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닦여져 있었다. 한국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 여행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교통사고였는데, 이런 길이라면 문제가 없었다. 차량과 마주할 일은 몇몇 교차로 뿐이었으니 말이다. 달린 거리는 상해공항에서 그곳까지 벌써 100km 가 넘고 있었다. 수천키로를 달려야 하는 나였지만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더운 날씨는 힘들게 했다. 7월에 출발하게 된 이유는, 첫 번째 여행 목적지 티베트가 9~10월이 가장 좋다는 얘기 때문이다. 7~8월을 중국을 횡단하면 티베트에 9~10월경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습도는 90%에 이르는 것 같았고, 온도는 40도가 넘는 것 같았다. 저녁 뉴스엔 실제 36도라고 했는데, 거짓말 같았다.

 아침을 지독한 냄새가 그윽한 만두를 먹었기에, 배가 고파도 식당으로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았다. 길가에서 파는 과일을 식사대용으로 떼우고는 힘든 주행을 계속 했다. 처음보는 ‘완벽’한 평지길이라 의외로 속도가 나와 다행이었지 조금이라도 경사가 있었다면 힘들어서 가지 못했을 것이다. 날씨가 더워 물도 많이 먹게 되었고, 그 때문인지 쉽게 지쳤다. 지난  겨울과 올 봄에 연습주행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건만 충분하지 않았다.

겉보기는 말끔했지만 저 대자리에 작은 벌레들이 많았던 것 같다. 다음 날 가려워서 힘들었다.

 상해를 벗어난 첫날의 숙소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마을주변으로는 그 ‘반점’하나밖에 보이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80원이라고 했다. 분명히 비싼 가격임을 알았지만 어떻게 깎는지를 몰라 울며겨자먹기로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 대나무로 만든 자리가 깔린 침대가 둘 있었고, 습기가 가득한 바람을 쏟아내는 에어컨, 길거리에서 굴러먹다 온 듯한 TV, 똥통과 수직으로 연결된 파이프 덕에 화장실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래도 잠을 자고 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싼거야. 특히나 다음날 아침 다리에 돋아난 붉은 반점을 보고 앞으로의 시골길이 심히 걱정되었다. 또, 너무나 불결하다고 생각되는 식당들 덕에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TV에는 한국연예인들이 왜그렇게 많이 나오던지.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중국에서는 절대적으로 처음 부른 가격은 절대 정가가 아니다. 무조건 깎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깎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몸에 두드러기가 날 만큼 불결한 숙소에 80원이나 주고 잔 것이다.

주행 시작 첫 날 사진. 2006년 26살의 나다. 더워서 너무 힘들었다.

 주행 중에 배가 너무 고파서 도로휴게소 같은 곳을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먹는 것을 보니 식판에다 받아먹는 ‘정식’과 컵라면이었다. 정식은 아직 적응을 할 수 없는 괴상한 냄새로, 속에서부터 1m 정도의 거리일 때 이미 거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먹을 수 없었다, 선택은 컵라면. 그것도 냄새가 나긴했지만 그나마 참고 먹을 만 했다.

 식사를 마치고 들른 화장실. 중국 화장실에 대해서 듣긴했다. 남녀공용인데 서로 마주보고 변을 본다고. 문도, 벽도 없다고. 하지만 그 곳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남자는 남자 화장실, 여자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사실, 기대했다!) 다만 화장실 내부에는 문이 하나도 없는 것. 그리고 대변기 사이사이의 벽은 허리춤까지밖에 오지 않아 변을 보며 화장실 내부의 상황을 살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변기 맞은편에 군대식 소변기가 있었는데, 대변을 볼 때는 소변본 후 움찔움찔하는 사람들의 엉덩이를 봐야하는 것이다. 상하이의 화려한 도심에서 빠져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적응이 잘 되지 않았지만, 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국이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니, 진짜 중국을 만났다고 생각하니 도리어 기분은 좋아졌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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