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다 마지막 날 오후에 찾아간 그곳!! 바르셀로나가 최고의 관광도시가 되는데 최고의 공로를 세운 위대한 건축물. 바로 가우디의 ‘엑스피아토리오데라사그라다파밀리아’(성가족성당)
우리는 틀안에 살아가고 있다. 일단은 가족의 틀안에서 시작한다. 커가며 가까운 친구들 틀, 학교의 틀 안에서 산다. 회사의 틀안에서 또는 자신이 소속한 단체, 나라의 틀안에서. 각종 경험과 인간관계, 가르침이나 책에서의 배움 역시 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틀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만드는데 큰 일조를 한다. 고정관념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그것이 그 틀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틀은 자신의 사고를 제한하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틀을 깨기 위해서 더 많은 책을 보고, 많은 경험을 쌓고, 더 깊은 고민에 빠지며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런 틀을 깨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틀을 깨고 새로움을 찾아낸 사람들에게는 찬사와 부러움, 존경이 쏟아진다.
‘성가족 성당’을 처음 본 순간. ‘가우디라는 분은 자신의 살아온 틀을 완전히 깬 사람이다’라고 확신했다. 어이가 없었다. 처음 보인 것이 4개의 큰 탑이었다. 기둥이 긴 고깔모자같이 생기고 그 끝에는 큰 동그라미 막대사탕이 달린 듯 했다. 그리고 둘레에는 많은 네모난 구멍이 뚫어져 있었다. 공사중인지 타워크레인도 함께 있었는데 마치 타워크레인 마저도 그 성당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고 어색하지 않았다. 길에서 본 엽서를 봤을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실제와 사진이 그렇게 차이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가까이 가보았다. ‘어휴~!!’. 건축물이라기보다 하나의 큰 예술품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듯 했다. 네 개의 탑은 각기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성당본당에서 함께 솟아오르다 어느시점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탑 아래쪽에는 여느 성당과 다름없이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보통의 것처럼 실제의 인물같이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정신세계 또는 신앙세계를 매우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특히 예수님으로 보이는 얼굴조각이 부조가 아니라, 부조의 반대 그러니까 찰흙에 얼굴을 누른 것 같은 조각이었다. 또, 주변 인물의 조각은 얼굴이 없기도 하고, 네모난 것도 있었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내부로 들어갔다. 비싸든 그렇지 않든 이미 내부가 매우 궁금해졌기에 신경쓸 것이 아니었다. ‘제길!!’ 내부는 예상과 비슷하게 전에 보지못했고 상상도 못했던 형태였다. 마치 내가 어떤 동물의 내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특히 등나무처럼 줄기가 꽈배기같이 말리며 올라간 모양을 본 딴 것 같은 기둥이 그랬고, 그 기둥 사이에 동물의 관절을 흉내낸 것 같은 ‘기둥관절’, 그리고 그 끝에는 근육이 뼈에 붙어 있는 듯한 모양을 상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또, 천장은 꼭 늘어진 괄약근 같은 인상을 주었다.
불행하게 그 때까지도 공사가 진행중이었으므로 정해진 통로로만, 공사중인 내부를 얼핏만 볼 수 있어 대단히 아쉬웠다. 길은 지하로 흘러들어갔다. 지하는 가우디가 작업을 하며 쓰던 노트, 설계도 등등 그 때 당시의 물건들이 고스란히 그곳에 있었다. 그렇다, 성가족 성당은 1882년에 착공하고 짓기 시작한 것이 아직까지도 공사중이다. 물론 가우디가 설계한 도면을 가지고 할 것이다. 그랬기에 최근에 짓고, 조각한 것 같은 건물 또는 일부가 전시된 100년이 넘은 가우디의 노트에 그려져 있는 것이다.
들어간 반대편으로 나오게 되어 있었다. 다시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 또 앞면과 비슷한 기둥과 조각들이 있었는데, 전체적인 구조만 비슷할 뿐 세세한 조각이라든가 모양은 틀렸다. 무슨 동굴을 간단하게 재편하여 평면에다가 새겨놓은 것 같았다. 조각은 앞면과는 달리 비교적 실제인물과 가까운 형태였는데, 한 조각이 철로된 칼을 쥐고 있는 것을 보고 ‘역시!!’
유럽을 많이 돌아본 것도 아니지만, 내가 지나온 길에서 본 건축물들은 대개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중 제일 많이 보고 들어본 것이 ‘고딕양식’. 그것과 관련해서 아는 것이라곤 글자모양 ‘고딕체’. 대체로 비슷비슷해서 훌륭한 건축물이라 불리는 것이라 할지라도 대충 보거나 지나칠 때가 많았다. 만약, 누군가 그런 환경에서 자라난다면 그 ‘고딕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각기 다른 왕국이었고, 현재는 다른 주, 다른 나라임에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곳엔 자신이 자라온 그 환경을 싸그리 무시하고, 깊은 고민에서 우러나온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이 있었으니. ‘성가족 성당’.
가우디는 고정관념을 깨고, 틀을 벗어나 자유의 날개를 펼치는 방법에 대해, 시대를 넘어 나에게 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신비하고도 위대한 건축물을 보고 있자니 절로 신음이 나왔다. 가우디는 그 날 이후로 나의 스승이 되었다. 나도 언젠가는 가우디같이 나의 틀을 깨트려 버리고 자유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훌륭한 사람이 되리라!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