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게 화려한 접시들. 모두 수가공? 수제작이다.

망가진 자전거를 고치기 위해 자전거 가게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숙소주인이 얘기해준 시내중심가를 걷기만 했는데, 중심가를 벗어나도록 자전거 가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조그마한 가게라도 있으면 ‘고급’자전거 취급점을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목이 타서 조그마한 슈퍼에 들렀다. 거기서 콜라를 한 개 사선 목을 축이고 있는데, 주인이 말을 걸어왔다.

“여행자에요?”

“네, 한국에서 왔어요.”

“여기 앉아서 드세요. 이란 어때요?”

“네… 좋은 것 같네요. 그런데 저한테는 안좋은 일이 있었어요.”

그리곤 그동안의 이야기를 해줬다.

“이란이 좀 그래요. 특히 여자들에게는 지옥이죠. 여자가 이란에서 태어나는 건 지옥에서 태어나는 거라구요.”

그의 반응에 다소 놀랐다. 그래도 자신의 나라를 ‘hell’ 이란 단어로 표현하는게 좀 아니지 않는가 잠깐 생각했지만, 나 역시 화가나 있던 상태라 ‘그럼 그렇지~’ 라고 넘겼다.

그의 이름은 ‘타와솔리’, 어릴 때 런던에서 자라 이렇게 영어를 잘 하는 것이고, 그 가게는 부모님이 내 준 것이었다. 가게는 다소 고급제품들을 취급하는 작지만 고급식품점이었던 것. 그래서 나에게 내가 사먹은 음료 이외에도 샌드위치도 만들어주고, 햄도 줬다. 그리곤 먹고싶은게 있으면 먹으라고 권했다.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이것이 보통의 여행자가 얘기하는 이란인의 친절인가보다’ 하고 느껴졌다.

“내 친구집에 갈래요? 거기가서 TV도 보고 이야기도 하죠.”

“친구집에요?? 여기서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닌가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좋은 친구에요.”

“네. 그럼 가보죠”

‘이제 나도 초대한번 받아보는구나!’ 하고 그의 차를 타고 친구집으로 향했다. 친구집은 정말로 멀지않은 곳에 있었다. 친구는 슈퍼집 그 친구보다 더 젊어 내 또래 비슷하게 보였다. 집은 고급 빌라였는데, 고급가전제품과 가구, 카펫이 깔려있었다. 그 집을 보아하니 그들의 소득수준은 중산층 이상이었다.

“음료수하고 케이크 드세요.”

“네. 집이 참 좋네요.”

그리고 슈퍼 집 친구가 뜬금없이 말했다.

“Do you smoke?” (피워요?)

“아니요, 전 담배 안피워요.”

그는 살짝 미소지으며 무엇인가를 가방에서 꺼냈다. 부서진 나프탈렌 같은 것과 투명 플라스틱 담뱃대 같은 것이었다. 뭔가 했는데 직감으로 그것은 다름아닌 공포의 백색가루였다. 먹는 것도 아니고 주사를 놓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투명 담뱃대에 넣고 불로 그곳을 가열하여 올라온 연기를 파이프를 통해 들여마셨다. 

그렇게 크게 들이마시길 몇 번, 그 후 그의 말투는 현저하게 어눌해졌고, 눈동자는 풀린 것 같았다. 대마초를 피우던 일반 여행자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대마초를 피우던 여행자들은 단지 웃음이 많아지고 치아가 누렇게 변한 것 이외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없었는데, 그는 ‘어버버버’ 였다.

‘싸바, 내 여행 왜이리 꼬이냐’

자포하고 음료수를 들이켰다. 케이크도 먹었다. TV도 봤다.

“이란에서는 술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서 이거라도 해야되요. 아니면 힘들어서 못살아요.”

“네~ 술이 없으면 그거라도 해야죠. 네~ 이해합니다.”

그때부터는 그만 돌아가고 싶었다. 더 이상 있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딴에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킨다고 그곳에 앉아있었다. 조금 뒤에 타와솔리 친구의 누나가 들어왔다. 그는 피던 것을 급하게 껐다. 타와솔리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녀는 수녀처럼 보이는 검은 망토같은 옷과 머리와 목을 가리는 차도르를 두르고 있었지만 집안에 들어오자 마자 벗었다. 겉옷만 벗었을 뿐인데 안에는 청바지와 나시를 입은 그저 ‘보통의 여자’였다.

타와솔리는 더 이상 그곳에서 피우지 못하게 되어서 그런지 나가자고 했다. 자기 옷을 사는데 잠깐 같이가자고 해서 갔다가 필요없다고 사양했지만 내 옷도 하나 사줬다. 그를 그의 가게까지 데려다 주고 나는 숙소로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 돌아가는 나에게 다음날 꼭 연락하라고 자신의 명함을 주었고, 다음날 사우나에 함께 가자고 덧붙였다.

 

“저도 오늘 초대받았어요!! 선물도 받았는 걸요”

먼저 들어와 있던 파울로와 데이비드에게 이야기 했다.

“야~ 거봐 좋은 사람들도 있지?”

“그런데 제가 보는 앞에서 마약을 했어요. 대마초는 분명 아니었어요. 헤로인 같았어요.”

“뭐라고? 정말이야? 제길!”

“내일 저보고 사우나도 같이 가자고 그래요”

“쉣, 뭐라고? 너 남자 좋아해?”

“아니요. 저는 여자를 좋아하는데요.”

“그럼 가지마. 그리고 이란은 마약에 민감하니까. 절대 만나지마. 너까지 잡혀가.”

두 아저씨의 눈은 휘동그레져서 쳐다보다가 말을 했다.

“너 여행 이제 그만해라. 안좋은 것만 겹겹이 경험하는구나. 이 불쌍한 강아지.”

“제 여행 참 X 같죠?”

“그래도 평생가도 잊혀지지 않을 이야기를 많이 만들었구나. 다른 사람은 절대 경험하지 못하는 거야. 누가 마약을 하는 사람의 집에 초대받겠어? 누가 경찰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겠어? 넌 특별한 경험을 한거야. 불쌍한 강아지. 여행 그만해. 그만 한국으로 돌아가.”

정말 황당한 사건의 연속이었다. 그 두 아저씨는 내가 화나 있을 때만 이란에 대한 욕을 했지 평소에는 그들이 받은 이란인의 친절함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파울로가 그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다.

“내가 촬영을 하다가 배가고파 식당엘 들어갔어. 거기서 샌드위치를 사먹었거든. 그런데 어느 노인이 어디서 왔냐고 묻는거야. 그래서 윤나니스탄(그리스)에서 왔다고했지. 그러더니 자기가 내 것 까지 계산하고 그냥 가는거야. 내가 왜그러냐고 잡았더니 여행 잘하래. 넌 이란의 손님이니까 내가 계산해야 하는거래.”

데이비드가 이야기를 이었다.

“난 몇일전에 만난 친구가 나를 스키장하고 도시 안 관광시켜줬어. 그리고 저녁엔 그 집에 초대되서 현지음식을 실컷 먹었지. 얼마나 잘해주던지 미안할 정도였다니까.”

파울로는 몇일전 길에서 이란여성 사진을 찍다가 갑자기 나타난 비밀경찰에게 잡혀 경찰서까지 가서 카메라를 뺏길 뻔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란인들은 대부분 좋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김!을 보면 나쁜놈들도 많은 것 같다고 위로했다.

파울로가 말을 했다. “넌 여기가 안맞나보다. 귀여운 강아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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