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크지만 인구밀도는 낮은 탓에 많은 도로는 한가했다. 야영장 역시나 한가로워 주행 후 휴식하기엔 여간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리스 남부지역의 유명한 관광지를 다 빼고 그저 서쪽 끝에 위치한 항구도시 ‘이구메니차’로 향하던 길이라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주행하고 대충 빈 공터를 찾아 야영하고, 또 달리기를 몇일 반복했다. 비슷비슷한 풍경속을 달리는 것도 지겨워질 때쯤 멀리에 큰 바위덩어리가 보였다. 마주오던 자전거 여행자로부터 이구메니차로 가기전에 높은 산을 만날 것이라고 들었기에 그곳이 그 산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내륙지역에는 야영장이 거의 없는데, 그곳에는 몇 개의 야영장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높은 산을 넘어가기전에 그곳에서 몇일 요양하다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산 사면에 위치한 도시는 큰 바위를 배경으로 동서로 뻗어있었다. 의외로 수많은 호텔들이 들어서 있었고, 상점에는 일본사람, 중국사람, 심지어 한국사람까지 눈에 띄었다. ‘이 별볼일 없는 곳에 무슨 일이지?’ 커다란 바위에 무엇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 했다. 여행안내서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그저 짐작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떠날 때 최대한 편히 가기 위해 서쪽 끝, 그러니까 큰 바위가 끝나는 곳의 야영장으로 향했다.
크게 놀랐다. 그 큰 바위덩어리는 수많은 큰 바위덩어리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뒤쪽에 그보다 큰 바위들로 병풍을 이루고 있었다. ‘헉~!!’ 하며 놀라고 있는데 바위 위에 집이 있었다. ‘아니!!’ 하며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정말 집이었다. 큰 바위들만해도 입이 딱 벌어졌는데, 그 위에다 집을 지어놓다니!!
‘메테오라’라고 하는 바위 위의 사원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메테오라’이외에도 몇 개의 유명한 사원이 바위위에 지어져 있었다. 야영장 사무실에서 메테오라 안내지도를 받아들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 눈에 보이는 사원 이외에 수많은 사원이 바위위에 ‘올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은 시간이 늦어 쉬고 다음날 메테오라로 향했다.
숲속에서 뜬금없이 하늘로 치솟은 바위 사이로 도로가 나 있었다. 도로를 올라가며 보이는 사원들이 너무나 신기했다. 아무런 개념없이 그저 서쪽으로 향했을 뿐인데, 이렇게 멋진 장면을 보니 계획한 여행보다 몇 배는 더 흥미로웠다. 바위 속에 승강기라도 있을 것 같던 그 사원들은 다행히 바위 뒤쪽에 위치한 산에서 다리로 건너갈 수 있게 해놓았다.
버스를 타고, 승용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로 만원이었다. 터키 이스탄불 이후로 많은 관광객들을 보니 새삼 반가웠다. 사원 내부를 둘러보니 꽤나 오래된 곳이었다. 그림으로 된 설명을 대충 이해해 보니 외세의 침략에 대비해 마을의 요새 겸 사원으로 사용된 것 같았다. 문득 그곳 사원으로 대피했다가 도리어 고립이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됐지만, 어쨌든 훌륭한 사원이었다. 무엇보다도 기암절벽들의 형세가 심상치가 않았다. 어떠한 신의 손놀림(풍화작용)으로 저렇게 되었을까! 자연의 신비는 가도가도 끝이 없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