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알리 뮤직’을 들으러 간다고 했다. 숙소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청년이 말했다. 다른 여행자들에게 일일이 갈것이냐고 묻고 있었는데, 새로운 경험을 대 환영으로 여기는 나는 망설일 것도 없었다. 밤 9시가 조금 늦은 시각에 출발했다. 도착지는 ‘올드시티’라고 불리우는 ‘라호르 성’근처의 ‘마스지드'(모스크, 이슬람 사원). 여느 마스지드와 마찬가지로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넓은 예배당 같은 곳이었다.
초등생 정도의 애들을 풀어놓고 축구를 한다면 몇 팀이나 동시에 할 수 있을 것 같은 넓은 공간이었지만, 한쪽 벽면 끝 중앙에 위치한 아주 좁은 공간에 연주자들이 있었고 그 둘레를 수십명의 사람들이 앉아 구경했다. 천여명 정도는 족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므로 공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약간의 기대로 찾아갔던 나였기에 약간의 허탈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들어간 그 때도 연주는 하고 있었다. 보통사람의 허리정도 높이의 단상에 연주자들이 있었다. 왼쪽부터, 노래를 부르는 사람, 소형 오르간을 연주하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그 뒤에 타블라(북의 일종)를 치는 사람, 그 둘레에는 노래를 같이 부르거나 박수치는 사람 등이었다. 마루 바닥에 앉자마자 세무가죽의 느낌이 나는 꽃으로 만든 꽃목걸이를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걸어주고 난 후에야 연주회를 편안히 감상할 수 있었다.
입장료는 받지않았다. 조금 의아해 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수시로 또는 연주자들이 바뀔 때마다 연주회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안쪽에 앉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10루피씩 걷어갔다. 주고싶으면 주고, 그렇지 않으면 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 안쪽에 앉아있는 사람이외에는 돈을 내는 사람이 없었다. 여행자 숙소에서 단체로(6명) 가서 그런지 안쪽 중앙에 앉게 했다.
외국인에대한 특별대우였고, 보통의 사람보다 돈이 많다는 이유때문인 것 같았다. 때문에 돈을 내야하는 분위기? 였다. 나역시도 처음보는 파키스탄 전통 음악감상에 댓가를 지불하고 싶어 가지고 있던 10루피짜리 돈을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돈 걷는 사람이 오면 한장씩 주곤했다. 돈이 다 떨어지면 그만 주려고 했는데, 100루피짜리를 주니 잔돈으로 바꿔주기도 해 한팀에 10루피 이상씩은 지불했다.
음악은 사전에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주로 노래부르는 사람이 있고 주변에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과 합창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주로 노래부르는 사람이 어떤 것을 하느냐 눈치를 보고 따라했기 때문이다. 오르간 반주도, 합창도 마찬가지 였다. 그리고 순수음악이라기 보다는 종교색이 짙은 음악이었다. 어떤 종교적인? 가사가 나오면 손을 가슴에 얹거나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뜨거운 음악적 열정에다 종교적인 열망, 알라에 대한 사랑? 까지 뿜어내는 듯 정렬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연주했다.
연주팀이 한 팀 두 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고, 한번에 거두어지는 돈의 양도 많아졌다. 그 중 눈길을 끄는 사람들이 있었다. 족히 백여장은 되는 듯한 10루피짜리 지폐를 한 손 가득히 지고는 돈 걷는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한 두장씩 건네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한사람밖에 못봤는데,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었다.
나에게 약간 지루했던 음악, 약간 졸았다. 그러는 사이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무대 앞에는 10루피짜리 지폐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갑자기 웬 돈이 저렇게 많이 거두어 졌나 생각하고 있는 찰나. 돈이 많아 보이는 아저씨가 무대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다른 아저씨도 나왔다. 그러면서 3명의 아저씨가 무대앞에 섰다. 연주자들이 보이지 않아 ‘무슨 저런 사람들이 있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저씨들, 돈다발을 쥔 손을 이마위로 올리곤 다른 손으로 한장씩 한장씩 떨구는 것이 아닌가!
‘아! 참! 이상한 사람들이네’ 하고는 계속 연주회를 관람했다. 금방까지 졸렸던 것이 싹 가셨다. 그러더니 목은 좌우로 갸우뚱거리고, 걸음은 느릿느릿 팔자, 배는 앞으로 내밀고 약간 자만심이 가득찬 모양으로 나와서는 또 돈을 뿌려댔다. 한사람만이 아니라 여러사람이 그런 식으로 돈을 뿌렸다. 돈이 제일 많아 보이는 아저씨가 몇 뭉치를 뿌리고 자신의 주머니에 돈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것을 보고 이제 끝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턱으로 눈치를 주니, 대충봐도 10루피짜리 수천장을 건네주었다. 백장 묶음이 5개, 그 묶음이 5개 였으니!!
처음에는 종교적인 절차중에 하나이겠거니 생각하고 별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하는 그 행동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의식같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수천장에 달하는 10루피짜리 지폐를 한장씩 떨구다 못해 연주하고 노래하고 있는 가수와 연주자들의 머리위로 마구 던지는 것을 보고는 ‘저건 아니지 않나’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돈을 마구 뿌리는 것을 본 ‘거지’는 주변에 날려간 돈을 하나 주워보고자 접근했다가 ‘관계자’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돈을 떨구거나 던지는 사람들 표정을 살펴보니, 분명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웃으면서 돈을 떨구고, 던지고, 심지어 음악 박자에 맞추어 발을 구르며 한장씩 돈을 떨구었다. 아무리 전통이라고 하지만… 다행이게도 그 돈은 떨굴 당시의 연주자들이 다 챙겨서 나갔다. 돈을 떨구는 사람들이 좋은연주자?에게 더 많은 돈을 떨구었으므로, 많은 돈을 줍기? 위해 노력은 많이 할 것이니 발전은 있을 것이다.
밤늦게 까지 이어지던 음악회? 돈뿌림? 구경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도중에 나왔다. 다음날 아침, TV의 이슬람 채널에서 내가 어제 봤던 것과 비슷한 음악회가 방송되고 있었다. 방송이라지만 똑같이 돈 뿌리는 사람들이 나왔다. ‘아..참.. 돈에 대한 가치가 완전히 상실 한거 아닌가., 하루하루 힘들게 벌이를 하는 사람들은 저 것을 보고 허탈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주인아저씨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축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요새는 거의 보여주기 위한 것이 되어버려 자기도 싫어한단다.
몇일 뒤에 그것을 볼 기회가 또 있어 가보았다. 그 때는 나의 귀에 음악은 들리지 않고 돈뿌리는 모습만 계속 보여 오래앉아있을 수 없었다. 왜 그러한지는 당사자가 아니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열정적인 가수와 연주자들 머리에 돈을 뿌려대는 모습이 썩 그리 좋게보이지는 않았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