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피음악 연주자들. 이 팀은 조금 별로였다.
너무 빼곡하게 차 있었다. 게다가 온통 대마초를 피고 있어서 너무 불편했고.

몇일 뒤엔 ‘수피’음악이라는 것을 들으러 갔다. 수피즘은 ‘신에대한 직접적인 개인의 체험을 통해 신의 사랑과 지혜의 진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이슬람의 신앙과 의식 형태’ 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슬람 종교활동의 일종인 것 같다. 솔직히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수피음악이 좋다고 하길래 따라간 것이다. 역시나 밤늦게 출발했다. 

10시가 한참 지나서 출발했는데, 도착한 곳은 도시의 어느 구석진 어디였다. 늦은시간임에도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그런 탓에 릭샤에서 내린 뒤에도 어찌할줄 몰라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온 직원의 안내로 수피음악 연주가 한참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진행중이라 이미 사람들로 꽉꽉 메워져 있었고 잠깐 서 있을 자리도 없을 것 같았지만 외국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본 관계자는 얼른 자리를 만들었다.

엉덩이만 겨우 댈 수 있는 자리에 앉아 한숨을 돌렸다. 연주자는 3명이었고 모두 북을 치고 있었다. 3명이나 되어서 그런지 박자가 엇갈리는 건지 서툴러서 그런지 아니면 곡이 원래 그런것인지 본능적으로 느끼기에 전문가처럼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또한 불편한 자리에다 불편한 분위기가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제외하고 모두 파키스탄 사람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대마초를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음악에 관심있는 사람이 몇 되지 않았다. 이야기하고, 외국인 여성에게 야유를 보내고 등.. 특히 대마초를 3~5개비를 동시에 피우는 사람도 있었는데, 사면을 제외하고 천장이 뚫린 건물이었음에도 대마초연기가 자욱했다.

연주는 계속 서서 하다가, 그 중 한명이 제자리에서 돌면서 치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빨라져 굉장한 속도까지 이르렀다. 북도 쉬지않고 빠르게 쳤다. ‘저게 무슨 일인가, 어지러워서 견디겠나.’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한참동안을 그대로 돌았다.(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것이 수피춤이었단다)

숙소에서 일하는 청년이 좋다고 해서 간 ‘콰알리’ 음악회도 다소 실망했고, 이번에도 실망하는 것인가.. 생각했다. 사람들이 빼꼼히 앉은 그곳을 빠져나가기가 힘들어 나가지도 못하던 와중에 의외로 일찍 끝나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좀 더 나은 것을 원했지만 그렇지 않아 돌아가겠다고 말하려고 하던 차에 바로 옆 건물에서 또다른 수피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그곳도 이미 사람이 초만원이었다. 

잠깐 살펴볼까 하고 가까이 갔더니, 전과 비슷한 박자에 소리지만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연주자는 3명이 아니라 2명이었고, 소리만으로도 그들이 보통이 아님을 알았다. 또한 관람객 역시 ‘딴짓’하는 경우가 적었고 모두 음악을 느끼고 즐기고 있었다. 사람들 어깨너머에서 겨우 듣고 보고 있으니, 또 관계자가 와서는 좋은자리를 안내해줬다.

연주자 바로 밑에 앉게 되었다. 한명은 저음을 주로내는 북을 쳤고, 한명은 중음과 고음을 연주했다. 가까이에서 듣는 신비한 북소리는 온 몸은 물론 가슴을 떨게하기에 충분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소리를 느꼈다. 악보는 없고 느낌으로 즉흥적으로 치는 것 같았지만, 북소리를 타고 수많은 감정들이 날아드는 듯 했다. 

한치라도 신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려고 끊임없이 자신을 정화하여 절대적 순수성을 찾는다는 수피즘, 그래서 그런지 그 음악은 계산된 어떤 것이 아니라 인간내면세계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무엇’을 연주하는 듯, 연주를 듣는 내내 신비한 느낌이 내몸을 감쌌다. 솔직히, 연주자의 모습, 연주하는 도중에 나온 수피 수행자로 보이는 사람이 신비한 느낌을 더했다.

새벽까지 연주는 계속되었고, 잠시 연주가 중단된 틈을 타 밖으로 나왔다. 늦은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음악이 파키스탄 사람들, 그러니까 무슬림(이슬람 신봉자)들의 가슴속에 종교적 영감을 많이 불어넣는 듯 했다. 대마초만 단체로 피지 않는다면 좀 더 좋으련만. 조금만 더 있으면 신비한 ‘수피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에 더 있고싶었지만, 잠이 부르는 소리 역시 거역하기 힘들었다.

이 분의 연주는 진짜였다. 그들의 타악기 소리는 심장박동도 움직였다.
연주자의 옆 모습.
수피 수행자. 신비감이 대단했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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