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었지만, 일행이 된 누나들과 금방 헤어지는 것이 싫었고, 나름의 여행자유도가 있어 피렌체에 함께 가기로 했다.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서 자전거를 꾸역꾸역 싣고 늦은 밤 자동차를 타고 피렌체로 향했다.
내가 판단을 일찍했으면 좀 더 일찍 도착했을 텐데, 피렌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깔렸을 때였다. 도시로 들어가니 수많은 차량들로 붐볐는데 창 밖 멀리에선 불꽃이 ‘펑~ 펑~’하고 터지고 있었다. 차량들이 많아서 정체가 된 것이 아니라 불꽃을 보느라 정체되는 듯 했다. 미리 전화를 해보고 갔어야 했는데, 두어시간만에 찾아서 도착한 유스호스텔은 만원이었다. 다행히 도시 외곽에 또다른 유스호스텔이 존재했다.
어두운 도시를 차를 타고 배회했다. 내 머릿속에 정의되어 있는 ‘현대건물’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다. 상당한 규모의 도시였는데 거리에 인분이나 말타는 사람이 없는 것이 더 신기할 정도였다. 밤 12시가 넘어 외곽의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어이가 없게도 유스호스텔 역시 오래된 건물이었다. 로비는 3~4층 정도로 위아래가 휑한 공간에 있었고, 그 둘레 난간에는 각종 조각들이 즐비했다. 아무래도 어느 부호의 저택이었던 것 같았다. ‘그럼 내가 묵는 방은 하인들이 쓰던 방?’
몸이 많이 안좋았다. 손등과 바닥, 그리고 발바닥에 간지러움인지 따가움인지 모를 ‘통증’이 느껴지며 좁쌀무늬의 피부병이 생겼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면 온 몸이 굉장히 따가웠다. 샤워 후에는 온 몸이 가려워 더 힘들었다. 또, 잠은 어찌나 많이 오던지 다음날 아침,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시간을 넘길 때까지 내가 나오지 않자 누나들이 남자방에 몸소 찾아와 나를 깨웠다.
“성만 괜찮아?”
“네, 조금 괜찮아요. 아무래도 몇일전에 먹은 햄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조금더 쉬어야 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무조건 나가야 하니까 어쩔 수 없어요.”
내 모습이 괜찮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환하게 웃었지만 그들이 보기엔 그 웃음은 ‘썩소’ 였던 것. (썩은미소)
과연 ‘피렌체, 피렌체’ 노래를 부를만 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그 때까지 지나친 중세도시 아씨씨, 페루자, 시에나, 산지미냐노 등이 소도시라고 한다면, 피렌체는 ‘중세 대도시’였다. 물빠진 듯한 붉은 벽돌지붕으로 된 집들이 수도 없었다. 다닥다닥 붙어있었지만 그 어느 하나도 똑같아보이는 집은 없었다. 아주아주 밀착대형으로 이루어진 도시였다.
피렌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단테, 갈릴레오 등으로 유명하다. 이 유명한 사람들은 피렌체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 특히나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지였다고도 한다. 그런만큼 르네상스시대의 예술이 많이 남아있고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로 유명한 고딕양식의 두오모 성당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끓는 것이다.
그 어느곳보다 ‘우피치’ 미술관에 가고싶었다. 그곳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은 물론이고 그 유명한 ‘비너스의 탄생’ 도 있다는 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줄은 그야말로 기다란 뱀 같았다. 그나마 아침일찍 길을 나섰기 때문에 한시간을 조금 넘게 기다린 것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런 과거의 뛰어난 예술가들이 작업한 작품은 처음봤다. 아니 교과서나 각종 미술서적등을 통해서 접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본 것은 처음이라는 거다. 그런데! 어찌 그렇게 담담할 수 있는지. 아무 느낌이 없었다. 몸이 아파서 그런 것인지 내가 몰라서 그런 것인지. 그냥 흘기며 지나가는 게 일이었다. 아주 커다란 ‘비너스의 탄생’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 저게 그거구나!’ 하곤 지나쳤다. 광장에 놓여져 있는 진짜같은 가짜 다비드 상을 보아도, ‘진짜를 봐도 그냥 그렇겠구나’
중세대도시가 아름답고 신기했지만, 몸에서는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어 제대로 느끼기 전에 몸부터 걱정해야 했다. 누나들은 3일째 되는날 다음 일정을 위해 떠났고, 나는 몸상태가 좋지 않아 상황을 살펴야 했다. 하루를 혼자 보냈지만 몸 상태가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 알지못해 ‘한번 달려보자’는 심정으로 그 다음날 피사로 향했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