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와 깐느를 뒤로하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해안집들과 너머의 도시.
길 옆에는 작은 해변들이 많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있었지만, 접근이 어려운 곳엔 사람도 적었다.
물은 너무 투명해 속이 훤히 다 보였다.
해변이 너무 멋져서 한장씩 찍고 있었는데, 이곳은 모두가 벗고 있는 누드비치였다.
죄송함을 무릅쓰고 한 컷 찍었다. 정말로 문화충격이었다.

프랑스 지도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많은 골목으로 향했다. 일반적인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음식점과 술집만이 영업을 할 뿐이었다. 그러다 엽서와 잡지를 주로 취급하는 서점을 발견하고는 프랑스 지도를 구입했다. 그리곤 사람들 틈바구니에 혼자 앉아 맥주를 시키고는 지도를 피고는 갈 곳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야영장으로 밤늦게 돌아와 그곳에 하루 더 머물며 더 있을 것인가 그냥 갈 것인가에 심각한 고민을 했다. 그러다 내가 가는 길 도중에 ‘마르세유’라고하는 해변에 위치한 더 큰 도시를 발견하고는 도시여행은 ‘마르세유’에서 하기로 하곤 다음날 바로 출발하기로 맘 먹었다.

해변에는 국경과 가까운 곳이라는 간판에 어울리지 않게 높고 큰 건물들이 보였다. 어떤 것은 파도모양을 딴 것도 있었는데 초대형 특급호텔처럼 보였다. 그런 곳에 그런 건물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가니 또 하나의 도시가 나왔다. ‘CANNE’ 라고 하는 도시였다. ‘역시 프랑스야’라고 내뱉을 만큼 도시정비가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의중엔 변방지대의 도시가 왜 이렇게 좋은가라는 것도 있었다. 아주 넓은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져 번잡함을 멀리하고 내달릴 수 있었다. 도중에 만나게 된 맥도날드에서는 무선인터넷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인터넷을 거의 사용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한박자 쉬면서 갔어도 괜찮았는데 도시와는 남다른 거부감이 있어 급하게 빠져나왔다.

지중해는 유난히 푸르다. 바닷물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다. 구름은 우리나라 가을에나 가끔 나타날 법한 새하얀 뭉실이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그늘에만 가면 시원한 바람이 쌩쌩불어 금방 상쾌해지는 시원한 날씨였다. 시기도 그 지방에서는 가장 더운 7월이어서 수많은 휴양객들로 많은 해수욕장이 채워져 있었다. 그래도 많은 백사장 때문인지 한국처럼 북적거리지 않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좋은 날씨, 상쾌한 기분, 빠른 발놀림 등으로 공기층을 거세게 뚫으며 고속으로 나아갔다.

붉은색에 가까운 바위와 푸른바다, 푸른하늘과 짙푸른 수풀이 어울어진 그곳을 한참을 달렸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그곳이 강한인상으로 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벗은 여자들이다. 프랑스 국경도시 멘톤에서부터 니스와 깐느는 물론 해안가 구석구석 들어앉아있는 새하얀 백사장에는 어김없이 피서객들로 붐볐고, 웃옷을 벗은 여성들이 나의시선을 항상 끌어당겼다.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라고 할까. 생각지도 못한 그들의 행동이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깐느와 뚤롱의 사이였다. 위에서 설명한 그런 하늘과 바다는 푸르고 땅은 붉은 색으로 되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그런 곳이었다. 도로는 조그마한 만과 반도를 굽이치며 한고개씩 넘어가고 있었다. 유난히 절벽아래에 소규모의 백사장이 많은 해식애로 이루어진 해안이었다.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진 그곳에서 바닷물은 맑은 옥빛을 띄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바다속이 훤히 보일 정도. 그런 바다를 쭉 구경하다 한번은 눈이 휘동그래질 수 밖에 없는 곳이 있었다. 

보통 여성은 비키니 수영복을 남성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바지를 입고 있는데, 그곳은 그런 옷이 보이지 않았다. 신기해서 쳐다보는데 ‘설마 누드비치?’ 라는 생각을 했고 나의 생각에 증거를 보태기 위해 사진으로 찍어 확대해보았다. 그랬더니 아저씨 몸에는 황금들판이 있었고 그 사이에서 고구마가 자라고 있었다. 놀라웠다. 나이든 사람들도 있었지만 젊은 사람들도 많았다.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튜브를 바다에 띄워놓고 그 위에 널브러진 사람, 연인과 손을 잡고 차가운 바다로 들어가는 사람,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사람들.

혼란스러웠다. 지금까지 몸을 가리라고만 배웠지 벗으라고 배운 적은 없다. 특이하게도 인간만이 그들 스스로 옷을 지어 그것을 입고 다닌다. 그런데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옷을 벗고 즐거워하고 있다. 벗은 몸은 무엇이고, 옷은 무엇인가. 왜 자연스러운 모습을 부끄러워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에 흥분을 하는가.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시도때도 흥분하고 발정기가 따로없기 때문이고, 타인을 자기것으로 하는 소유개념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의 여자라고 생각하는 여성에게 다른 남성이 흥분하고 달려드는 것을 조금이나마 억제하기 위해 중요부위를 가리기 시작했을 것이고, 효과가 괜찮았고, 추워질 때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는 귀찮음을 없애보려고 조금 더 길고 두꺼운 옷을 입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역에 따라서 사람의 얼굴까지 가려버리는 일종의 부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렇게 하도록 태어난 것 같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도록 되어있는 것 같다. 아이들만 봐도 이쁘고 못나고를 판단하여 사람을 대한다. 아름다운 여성의 곡선에 남성들은 숨이 넘어가고, 아름다운 남성의 곡선에 여성들은 눈이 뒤집힌다. 아름다운 꽃에는 수많은 벌과 나비가 꼬이게 마련이고, 아름다운 여성과 남성에 수많은 이성이 꼬이게 마련이다. 왜? 아름답게 된 것은, 대를 이어줄 더 많은 이성들을 끌어들이고, 벌과 나비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랜세월을 거쳐 그런모습을 스스로 가지게 된 것이다. 다시말해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다소 주관적이다. 그런데 벌과 나비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에 인간도 반하고 아름답게 생겨난 자연물에 대하여 감동을 일으키는 것은 지구안에서의 아름다움은 주관이 서로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벗은 여성들을 보며 숨이 넘어가는 나를 느끼며 그 앞에서 자기합리화에 성공했다. 남성은 원래 그런 자연스러운 여성들을 보며 눈이 뒤집히게 되어 있다. 자꾸 해변가까이 서서 넋을 잃는 것은 전혀 이상한 행동이 아닌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자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가르쳐온 사회에서 자랐기에 그런 모습을 보며 더욱 더 환장하는 것이다. 그곳 해변에서 큰 배움을 얻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페달을 밟았다.

이곳은 붉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그런 곳이었다.
우리나라완 다르게 여름이 건조했다. 그 때문인지 너무나 상쾌하고,,. 좋았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이 지역은 유럽의 최고 휴양지.
그 일대 관광지도. 대충 이렇게 생겼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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