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동안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을 만나지 못했다.
처음엔 외로웠지만 점점 더 익숙해졌고, 큰 식당에서 혼밥도 성공했다.
점점 더 주변의 것들과 친해졌고, 식물과 동물들 하고 대화하기에 이르렀다.

혼자 낯선 도시에서 자고, 먹고, 즐기는 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여행을 시작한지도 40여일이 지났다.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시간이다. 상하이의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한국사람을 제외하면 한국사람을 만난적이 한번도 없다. 한국말이라고는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반갑습니다.’, ‘저는 김성만입니다.’ 외에는 해본적이 없다. 아니 나 아닌 외국인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만나는 중국사람들은 한국사람을 직접보는 것이 다 신기한 눈치다.

 처음 며칠 동안은 대단히 외로웠다. 중국말도 거의 못하는데다 한국말을 할 기회도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생각이 났었다. 가족은 물론이고 친한친구들, 학교친구들, 과거의 여자친구, 동호회사람들, 그저 그렇게 스쳐지나갔던 모습들도… 그래서 그런지 밤에 슬픈 노래를 듣게되면 눈물이 나오곤 했었다. 심지어는 잠깐 한국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나의 고생을 얘기하는 꿈도 꾸었다.

 자전거에 한가득 짐을 싣고 지나가다 중국사람과 이야기를 하게되면 거의가 혼자서 여행한다는 대목에서 놀란다. ‘어떻게 그렇게 먼 거리를 여행하는데 혼자서 하는지’ 하는 표정들이다. 그리고 ‘짐이 왜그렇게 많아?’ 한마디씩 던지는데 큰 카메라와 망원렌즈, 컴퓨터와 자전거 부품들, 여행책자들과 겨울옷가지들, 생존용품들이 있다고는 말 못하고 미소만 지었다.

 이제는 변했다.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음식점에서 혼자서 먹는 것은 한국에서도 편한 일이었고, 밤에 혼자 자는 것도 이제는 괜찮고, 어딜 돌아다녀도 쓸쓸하지 않다. 며칠 전에는 중국사람들이 즐겨먹는 ‘훠궈’ 식당에 가서 큰 테이블에 혼자 앉아 훠궈를 먹기도 했다. 훠궈는 우리나라 삼겹살집 처럼 약간의 시간과 돈을 들여 여러사람이 모여 먹는 ‘샤브샤브’같은 요리다. 큰 삼겹살집에서 혼자 앉아서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동물하고도 이야기한다. 자전거타고 가다 개가 있으면 개소리를 낸다. 많은 개들은 자전거 여행자에게 덤빈다. 전에는 겁에 질려서 페달을 빨리 밟아 도망쳤지만, 이젠 나도 ‘월월~’하며 짖는다. 두어번 짖어서 가지않으면 자전거를 세우고는 나역시 이빨을 드러내고는 짖는다. 도로위에 잠들어 있는 개는 개소리로 깨운다음 집으로 가라고 얘기한다.(비교적 알아듣는 눈치다. 자다가 생을 달리한 개를 수없이 많이 봤다.)

 풀을 뜯는 소를 보면, 살짝 멈춰서서 ‘음머~’ 한다. 나를 쳐다보는데 나는 딴청을 피운다. 그 소는 다시 풀을 뜯는데 내가 또 소리를 내면 나를 보고 난 딴청을 피우고… 몇번하다보면 이 소가 영리한건지 풀은 안뜯고 나만 계속 쳐다본다. 그 때 나는 떠나간다. 

 그 뿐만 아니라 고양이소리, 새소리, 바람에 스치는 풀잎소리 등등을 흉내내며 혼자 즐거워하고 길에서 소리내어 웃는다. 이렇게 소리를 흉내내고 소리를 내다보면 마치 그 동물과 또 식물과 내가 진짜 대화하는 것 같다. 내가 사람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는 쳐다보지 않다가 그 동물의 소리를 냈을 때 나와 눈이 맞주치게 되면 더더욱 그렇다. 

 여행하며 이런 장난을 친다면 분명 더 초라해지고 쓸쓸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하는데, 오히려 둘 또는 그 이상이 하면 이렇게 동물들과 얘기를 못하고, 풀소리와 바람소리도 흉내를 못내볼뿐더러, 사람들이 부글부글 끓는 식당의 큰테이블에 혼자앉아 많은 사람들이 먹는것을 보면서 즐거워하며 식사도 못할거라 생각하니 그리 나쁜것도 아니란 생각이 더 크다.

 쓸쓸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혼자하는 여행’,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혼자서 어떻게 여행을?? 그것도 자전거를 타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혼자여행한다는 것은 많은 것들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스스로 자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또한 의미한다.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결정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즐기며, 스스로 느끼는 그런 것! 혼자하는 여행의 자유!! 누구에게도 속박당하지 않는 자유!! 다소나마 여러가지 조건이 필요하긴 하지만,, 혼자하는 여행이야말로 자유로움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

 4년 반이라는 비교적 장기간동안 軍이라는 조직에서 각종 억압과 속박, 구속을 당해 자유에 대한 갈망이 타인에 비해 클지도 모르겠다. 결코 얻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자유로움. 때론 힘이들고 쓸쓸할 때도 있겠지만,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겁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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