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스페인 국경. 뭔가 특별한 걸 바랐지만 간판 하나밖에 없었다.
내리막을 한창 달리다 휴게소에서 멈추고선 뒤돌아 보았다. 아! 저랬구나!
바르셀로나 밤거리. 인도의 넓이가 대단했다.
신기하게 생긴 건물들. 특이한 건물들이 시내에 아주 많았다.
교차로. 여기도 신기함. 저기도 신기함.
람블라스 거리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거리가 정말 넓었다.
람블라스 거리. 건널목 사람들.
일반적인 건물들도 멋있게 보였다.

피그말에 오르느라 많이 피곤했다. 자전거를 많이 탔으니 산에 오르는 것도 근육에 큰 영향을 못미칠 것이라 생각했건만, 자전거 탈 때 쓰는 근육과 산을 오를 때 쓰는 근육은 전혀 틀린 것이었다. 쉬엄쉬엄 가는 것이 여행을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미 몇일전 부족한 여행자금을 친누나로부터 긴급 수혈한 상태라 하루라도 빨리 여행을 끝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더구나 스페인 국경을 바로 앞에 두고 뭉그적거릴 수는 없었다.

길은 많이 내려가고 조금 올라가다를 반복했다. 바르셀로나로 갈 것이냐 그저 스페인 횡단을 택할 것이냐. 바르셀로나가 그냥 그저 도시라면 그 곳에서 허비할 시간은 어떻하나. 소매치기가 많으니 시내구경에 나설 때는 주머니를 반드시 비우고 가라던 미국인 아저씨의 ‘호주머니에 있는 것은 네 것이 아니다’라는 경고가 나에게도 통해버리면 어떡하지. 마드리드는 아예 가지않을 생각이었으므로, 열정적인 스페인 대도시를 한번 봐야했다. ‘에라, 모르겠다’ 는 심정으로 갈림길에서 바르셀로나 방면으로 힘차게 밟았다.

높은 언덕도 다시 넘고, 우울한 소규모 공업도시도 몇 개 지났다. 가던 길은 고속도로로 변하기도 하고 몇 번 꼬이기도 해 때아닌 고생도 했다. 스페인 국경 통과 후 3일 째 되는 날 오후 바르셀로나로 바로 통하는 국도를 만났다. 바르셀로나가 바다를 끼고 있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도로는 완만하게 아래쪽으로 향했다. 

정말 신나게 달리고 있는 중에 도로변에 눈길을 끄는게 있었으니, 그것은 아주 어여쁜 아가씨들이었다. 주변에 집도 없고 볼일을 볼 만한 건물도 없었으나 몇몇의 아가씨들이 그곳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하마터면 사고날 뻔 했다. 눈길을 그 쪽에만 두다보니 방향이 틀어져 도로밖으로 튕겨져 나갈 뻔 했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에는 이쁜 여자들이 많이 살구나!’

바르셀로나가 보였다. 흰색의 콘크리트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게 갑갑함을 유발했다. 그런 생각을 한 뒤 얼마못가 바르셀로나 경계표지판이 나왔고, 조그만 도로는 큰 도로와 합쳐졌다. 큰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많은 차량들의 경적소리를 들었다. 비키라는 기분나쁜 소리가 아닌 수고했다는 응원의 소리였다. 손을 힘차게 흔들며 거대한 도로를 질주했다. 도로는 왕복 10차선이 넘는 큰 도로였지만 그 양편에 그 반만한 인도가 있었다. 물론 인도 한편에는 깔끔하게 닦여진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고, 나이가 든 키가 큰 가로수도 빽빽하게 심어져 있었다.

지도를 사러간 문구점의 아저씨의 설명을 바탕으로 시내 중심가로 찾아가다 도중에 만난 현지인의 친절한 안내로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그곳을 찾아가는 길은 바르셀로나를 가르는 주요 도로중 하나로, 차로보다 인도가 더 큰 길이었다. 당연히 자전거도로도 있고, 가로수는 하늘을 대충 다 가릴 정도로 심어져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첫인상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때까지의 여행중 가장 호감가는 도시. 도시정비가 가장잘 된 도시. 도시같은 도시, 도시다운 도시.

사실 카르카손에 있을 때 하드디스크가 작동을 멈췄었다. 그 이후로 작동하지 않아 하드디스크를 고쳐야만 찍은 사진을 저장하고, 더 찍을 수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바르셀로나의 첫 몇일간은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노트북 재가동을 위한 프로그램 설치에 주력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의 관광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소홀하게 하면서도 바르셀로나가 최고의 관광도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알아채고 말았다.

바르셀로나에는 훌륭한 건축물들이 많다. 특정건물을 지칭하여 훌륭한 건축물이 아니라 길을 지나다 보면 훌륭해 보이는 건축물이 많다는 것이다. 격자형으로 된 도로 사이사이로 오래된 건축물 들이 보이는데,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보던 건물들과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잘 갖추어진 현대적 도로시설과 잘 어울려 건물들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특별히 어느 건물이 중요하다. 꼭 보고, 들러야 한다는 개념조차 서지 않을 정도였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람블라스 거리에는 고풍스런 건물들 사이에 거리 공연을 하는사람. 영화속 주인공처럼 분장을 하고 서있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등등 과연 최고의 관광도시 다웠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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