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설겆이를 하는 순례객들. 여긴 자원활동이 일상화 되어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절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오후에 숙소에 들어가니 여행자들이 많이 늘어나 있었다. 특히나 내 자전거 옆에 또다른 자전거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에 그가 자전거 주인이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보고,

“안녕하세요? 이 자전거 주인이죠? 저도 자전거 여행하고 있어요”
“아~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훼란이라고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온 김성만입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유럽에 있는 나란데 굉장히 작은 나라에요”
“모나코? 룩셈부르크? 산마리노? 어디에요?”
“다 아니에요. 별로 안유명해요”
도대체 어느나라인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내가 모르는 나라가 있었다는 것도 부끄러웠다. 더군다나 그 나라에서 온 국민이 여기 있는데,
“어디에요?”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있는 나라에요. 안도라라고”

생각이 안나서 말 못한 것도 아니고 처음들어보는 나라였다. 어찌그럴 수 있는건지. 그것도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있다니!!

“아임쏘리.!!”
“괜찮아요. 제가 만나는 사람 중에 저희나라를 아는사람이 없어요.”

안도라는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 피레네 산맥 중간에 위치한 작은 공국이라고 한다. 스페인의 우르헬 주교와 프랑스 대통령이 공동으로 통치를 하고, 공공서비스 부분도 프랑스와 스페인 정부가 담당한다고 한다. 특히,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물건이든 프랑스나 스페인보다 30%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스포츠 강사라고 했다. 보통은 겨울철 관광객들에게 스키를 가르치며 살고 있다고 했다. 나라에 평지가 몇미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MTB를 타는데도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꼭 해야되요”
“와~!! 그럼 그 두 개도 하고, 안도라어도 하고, 지금 영어도 잘하네요?? 그럼 4개국어를 다 할줄 아는거에요??”
“네, 그런데 영어를 제외하곤 다 비슷해서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안도라어가 아니라 카탈루냐어에요”

잠시 뒤에 스페인에서 왔다는 여성 둘이 들어왔다. 그들과 훼란은 정말로 스페인어로 술술 대화했다. 그녀들은 훼란을 만난 것을 마치 자국민을 만난 듯 기뻐했는데, 뭐가 먼지 분간이 안되었다. 그리곤 훼란은 그녀들을 나에게 소개했다. 그 중 한명이 내가 서쪽으로 갈 것이라고 하니 놀라면서 말을 꺼냈다.

“제 남자친구는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중이에요”
“정말요? 혼자서 오고 있는거에요? 여자친구는 여기있는거고?”
“네, 바라나시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한달은 좀 넘게 걸릴거래요.”
“어디쯤 오고 있어요?”
“모르겠네요”

대단히 좁은 세상에 산 것같은 느낌이었다. 유럽이라는 그 유명한 지역에 내가 모르는 나라가 있었다니!! 대화를 하다 사원 식당에서 밥을 공짜로 준다는 주제로 이야기 하게 되었고 내친김에 가보자고 해서 모두 함께 무료식당엘 함께 갔다. 보통의 순례자들의 심기가 불편해질까봐 미루어왔던 차에 잘됐다 싶었던 것이다. 

밖에서 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식판을 분배받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릇하나와 수저한쌍을 받고 잠시 더 기다린 후에 식당으로 사람들이 물 흐르듯 들어갔다. 어리버리 주변을 돌아보았고, 생각했던 배식대는 없었다. 이곳 사람들이 들어가는 대로 바닥에 앉는 것을 보며, 따라 앉았다.

기다리는 마는 듯 잠시의 시간이 흘렀는데 몇사람의 배식원이 나와 각자의 식판에다 ‘달'(밥이나 떡?이랑 함께먹는 반찬?의 한 종류)과 쌀죽과 짜파티(화덕에다 구운 빈대떡)를 나누어 주었다. 순식간에 수십여명,, 아니 백여명의 배식이 끝나고, 양이 많지않아 사람들은 금방 빠져나갔다. 맛은 주변의 일반식당 보다 나은 편이었다. 대량으로 만들어 내기 때문에 위생상 문제가 있지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뒷탈은 없었다. 

금방금방 사람들은 들어가고 빠져나가고를 반복했다. 배식대에서 줄을서서 배급을 받았더라면 몇배의 시간이 걸렸어야 할 것을 매우 효울적인 방법으로 금방 배식을 하고, 먹고, 나가고, 들어오고… 몇시부터 몇시까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최소한 낮동안은 계속 그런식으로 반복, 반복이었던 것이다. 그 암바차르에 하르만디르가 있는 이상은 배를 곯아 이승을 뜨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구걸을 하는 사람이 있는것은,

다음날 출발하기 위해 아침일찍 일어났다. 모두 자고 있어서 작별인사도 하지못하고 가야만 했다. 델리에서 그곳까지 5일을 걸려 도착했고, 그곳에서 비자가 만료되는 날까지 5일을 더 머무르다 파키스탄으로 넘어간 것이다. 아무래도 여행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의 아름다움과 사람을 만날 때인 것인 것 같다. 하리만디르와 시크교, 나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맞춤법도 안고쳤습니다. 책이 절판되어 글과 함께 사진을 더 붙여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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