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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농장 블로그

태그로 모아보기 : 친환경

합동단속반이 와서 하는 말, 이런 돈사 처음

그러던 중 오후 네시경에 군청 공무원한테 전화가 왔다. “내일 두시 넘어서 갈 건데요. 가축분뇨법 참고하세요.” 처음엔 ‘이 바쁜 때에 누가오나’ 싶어서 못 마땅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날들을 보내고 있는 탓에 누가 온다는 건 정말 부담스럽다. 그런데 아주 짧은 통화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풀먹는 돼지 보셨어요?

풀을 먹인다고 했다. 나는 적잖이 놀랐다. “네? 풀요? 어떤 풀요?” 재차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더 놀라웠다. “들판에 난 풀은 다 잘먹어요.” 우리 선배농가인 팜핑농장의 이민우씨는 돼지들이 풀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강조하며 이야기 했다.

흑돼지 축사 여름준비

이따금씩 가축들이 폭염에 쓰러졌다는 기사를 봤었다. 이른 봄날부터 ‘폭염’수준의 더위가 시작되는 걸 보면, 올 여름이 걱정이다. 돼지를 데리고 여름을 난 것은 작년이 처음이지만, 마리 수가 작년대비 열 배가 넘는다. 그늘을 만들고, 물을 뿌려주고, 더 더워지면 아예 스프링 쿨러를 설치해 내가 없어도 물이 나오도록 할 생각도 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는 터지기 마련인데, 그 사고가 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여름아~ 부탁해!

새끼돼지들의 독립

남은 새끼들은 다행히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았다. 물꼭지도 잘 썼고, 밥먹는 양도 서서히 늘어갔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나였는데, 인기척을 느낄 때마다 후다닥 구석으로 도망갔다. 나는 그들에게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는 건강에 걸림돌이다. 그래서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자돈방에 들어가 퍼질러 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손가락을 내 주었다. 두 세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와 깨물고 달아나기를 반복했다. 몇 번 그렇게 장난을 받아주었더니 드디어 나를 본체만체했다. 성공이다.

마지막 모돈 출산, 무려 11마리

모돈 다섯마리 중 마지막 모돈이 출산했습니다. 덩치가 너무 커서 큰일이 나겠다 싶었는데, 무려 11마리의 돼지들이 나왔네요. 저렇게나 많이 품을 수 있다는게 정말 놀랍습니다.

양돈업자의 일상

축사가 완공이 되고, 돼지들이 이곳에 자리잡은 뒤부터는 매일 아침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돼지를 굶기면 안되니까 말이다. 보통 내가 도착하면 대부분은 몸을 파묻고 자거나 쉬고 있다. 내 발걸음 소리를 누군가 듣게되면 짧고 굵게 ‘꿀’한다. 아마 다른 돼지들에게는 ‘밥 주러 왔다.’정도로 들리나 보다. 그 때부터 “꿀꿀” 소리가 시작되고 축사 입구에 다다를 즈음엔 귀가 아플정도로 요란하다. 꼭 양철판에 떨어지는 소나기 소리같다.

밤 사이 불어난 식구, 하하농장 첫 출산

다음 날 새벽 6시에 축사에 갔다. 새끼들은 모두 여덟마리가 태어나 있었고, 크기가 비슷비슷했다. 건강해보였다. 어미돼지에게 밥을 주었더니 벌떡 일어나 와서 밥을 먹었다. 특별히 미역으로 끓인 죽을 함께 줬다. 산후보양식으로 미역만큼 좋은 게 없다. 밥도 많이 주고, 미역죽도 상당한 양이었는데, 금방 해치웠다.

흑돼지 입식

며칠 전 안동의 한 농장에서 흑돼지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넓은 축사에 몇 마리 들어오니 이제서야 축사같은 느낌이 듭니다. 돼지들이 없을 땐 크기가 가늠이 안됐는데, 이제사 좀 넓어보입니다.

산책같은 이사

베테랑들이 모이니 이사는 딱 13분만에 끝이났다. 돼지들로서는 아쉬운 산책이었을 테다. 내가 먹이통을 들고 앞장서고, 그 뒤를 선배들이 큰 합판으로 ㄷ자 대형을 만들며 따라왔다. 낯선 사람들, 환경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잘 따라와주었다. 밥을 줄 때마다 나를 인지시키기 위해 “아저씨야~”하는데, 이 날 그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알아듣는 듯 아닌 듯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