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앞에서 왕바가지를 쓰며 첫 기념품 구입
수천키로를 오체투지로 온 사람들
내가 구경하는 사람들이 나를 구경하는 신기한 체험
안전한 주행을 위해 고산적응이 필요했고, 티베트 수도라 볼거리도 많아 몇일 쉬어가기로 했다. 또, 그곳에는 전과는 달리 수많은 여행자가 길거리를 활보했고, 대단히 보기 힘들었던 한국사람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어느 곳보다 몇일 쉬며 돌아보기에는 적절한 곳이 아닐 수 없었다.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이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조캉사원’이었다. 그곳을 가기위해서는 바코르 광장이라는 곳을 지나쳐야 하는데, 그곳 둘레에 수많은 노점이 있었다. 여행 나와서 처음으로 기념품 가게를 보는 것이었다. 여행기간이 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 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티베트식 염주가 너무 이뻐서 발길을 멈춘 첫 번째 가게. 아저씨는 내가 봐도 제일 비싸보이는 염주를 골라내어 보여주었다. 다른 곳에도 없고 이 가게에도 이것은 하나밖에 없는것이라 비싸다고 얘길한 후 계산기를 꺼내 거금 ‘200원’(26000원 정도)을 찍었다.
그곳의 물가에 적응을 못한 상태이긴 했지만, 염주 하나에 200원이라는 돈은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가려는데, 계산기를 나에게 내밀며 ‘유어 프라이스’라고 하는게 아닌가. 재미삼아 ‘100원’을 찍어봤다. 아저씨는 다시 180원, 나는 120원, 하다가 150원에 합의가 되었다. 그리곤 발길을 옮기려 했다. 그 때부터 아저씨는 나의 팔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하나만 사달라고 애걸복걸이었다.
티베트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이 있었기에 착한일 한답시고 그냥 150원에 사버렸다.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기 위해. 찝찝한 마음이 살짝 있었지만, 처음으로 기념품을 산 것이라 기분이 살짝 좋아지려 했다.
그런데 바로 옆집 아주머니가 다짜고짜 팔을 잡아끌고 자기 것도 사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필요없다고 얘길해도 막무가내였다. 결국엔 50원짜리 팔찌 두 개를 더 샀다. 사실 그 팔찌들은 보통 20~30원이면 넉넉하다는 것을 후에 알게됐다. 그 후론 누가 또 잡아끌까 노점 주위로 다가가지도 않았다.
겨우 도착한 조캉사원. 사원 앞으로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오체투지를 하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오체투지. 보통 불교사원에서 하는 ‘절’과 유사했지만 엎드렸을 때 배를 땅에 대고 팔과 다리를 완전히 뻗는다는 것이 조금 틀렸다. 그냥 봐도 배는 힘들어 보였다.
들리는 얘기로는 수백킬로에서 수천킬로까지 떨어진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부터 이곳까지 오체투지를 하며 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 중에 그런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자전거 여행한다고 깝죽대는 내 자신이 매우 부끄러웠다.
70원의 입장료를 치르고 들어간 내부는 수많은 티베트 사람들로 붐볐다. 타고 있는 초에 야크버터를 올려 태우고, 시주하고, 합장하고, 염주를 돌리며 염불을 외우고 그랬다. 보통 한국의 절에는 부처상이나 보살상이 모셔져 있는데, 실재로 생존했던 ‘라마’들이 많이 모셔져 있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부처상이나 보살상은 아름답고 신비롭게 조각되어 있어 자연스레 경외심이 드는데, 솔직한 느낌으로 ‘라마’의 조각들은 조금 우스꽝스러웠다. 머리에 비해 너무 큰 고깔모자하며 눈을 크게 뜨고 정면에 무엇인가를 쳐다보는 동그란 눈동자 하며.
그곳의 티베트인들은 신앙심이 매우 강한 것 같았다. 오체투지를 하고, 시주를 하고, 염불을 외는 것을 보니 금방이라도 그들이 간직한 모든소원이 ‘짠!’하고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하기 전까지만 해도 불교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인구의 1/4정도나 됐다고 하니 남다른 종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만큼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도 여행간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부처님 상 앞에서 합장도 하고 사원 주위의 기도바퀴들을 돌렸다. 푸른하늘 아래에 펼쳐진 조캉사원의 옥상은 별천지였다. 사원 지붕의 화려한 장식들과 문양들을 비롯해 아늑한 분위기는 금방까지의 복잡하고 바쁜 곳과 비교되며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려 주었다.
다음날은 ‘드레풍사원’에 찾아갔었다. 듬성듬성 자라난 나무아래에서 도시락을 먹는 티베트 사람들과 도로변에 쭉 늘어서 앉아 구걸하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조캉사원에 비해 수많은 승려들과 순례자들이 보였다. 가장 큰 법당으로 보이는 곳의 문이 닫혀져 있었기에 들어가 보지 못하고 그저 그곳을 찾은 티베트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들 역시나 라싸 사람이 아니라 멀리서부터 온 사람들 같았다. 특이한 복장과 호기심 넘치는 눈빛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실 그곳에서 가장 특이한 복장을 한 사람은 나였으며 가장 호기심 넘치는 눈빛을 가진 사람 역시도 나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조캉사원 사진으로 구경하기
드레풍사원 사진으로 구경하기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