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삶을 꿈꾸던 우리 부부는 아기가 생기면서 출산을 스스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른 모든 동물들은 스스로 출산을 하지만 오직 사람만이 병원에서 출산을 하는데 의문을 던졌죠. 출산에 대한 공부와 깊은 고민 끝에 결국 실행했습니다.

하하농장의 첫번째 ‘하’의 주인공 모하는 2013년 12월 17일에 작은 시골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건강하게 낳았고, 9살인 지금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다큐를 만들고 싶어서 영상도 찍고, 글도 써 놓았으나 결국 제 때 쓰지 못했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서야 글을 꺼내 놓습니다. (그 때 써 놓은 글을 아주 살짝만 수정했어요)

글 목록

  1. 처음 알게 된 출산현실, 굴욕3종 세트
  2. “느그가 아를 집에서 낳는다고?”
  3. 아기가 생기다
  4. 가정출산 준비. 어라? 이게 끝이라고?
  5. 아기는 병이 아니잖아요?
  6. 모하의 가정출산기 – 브이로그

모하의 가정출산 이야기 #1

출산현실을 검색하다 : 분만실과 분만대기실

분만실을 직접 볼 기회는 없으므로 인터넷으로 ‘분만실’이라고 검색을 해 보았다. 다양한 분만실의 모습이 쏟아져 나왔다. 여전히 수술실 같은 분만실이 있었는가 하면, 마치 방처럼 꾸며놓은 곳도 있었다. 내가 상상하던 모습보다는 훨씬 나았다. 인식의 변화와 소득의 증가가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진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침대가 한 방에 6개가 있거나, 넓은 홀 한 켠에 침대가 열 개도 넘게 비치된 곳도 있었다. 마치 전쟁터의 야전병원처럼 말이다. 침대를 가르는 벽은 없고 그저 커튼만 달려있을 뿐이었다. ‘분만실’이라는 검색어에 왜 그런 병실들이 나타났을까 의문이 들었다. 클릭을 하여 찾아들어가보니 다름아닌 ‘분만대기실’의 모습이었다.

분만대기실 검색결과(2020년) 2013년도에 검색한 것과 크게 다르지않다. 여전히 낯선 사람들이 함께하는 구조다. 다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비용을 지불하면 가족분만실은 물론 전문 조산사와 함께 출산할 수 있다.

출산이 대체로 임박했을 적에는 분만 대기실에서 산통을 하고,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분만실로 옮겨 출산을 한다고 한다. ‘가족분만실’을 쓴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다른 산모들의 신음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았다’는 내용이 많았는데 분만대기실의 모습들을 보고서야 ‘아하!’하고 알게되었다. 내가 상상했던 분만실의 모습은 ‘가족분만실’이었던 셈이다. 인터넷으로 찾아낸 동영상 자료들에는 분만대기실에 대한 것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도 한 몫 했다. 

그런데 내가 가진 상식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산모는 절대적인 안정을 취해야 한다. 여러 산모들이 같은 공간에서 산통을 겪는 것도 당황스럽지만, 그들의 가족과 의료진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장소는 절대 안정적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산모들끼리야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들지만 배도 아프지 않은 산모가족들이 많은 상황에서는 어지간히 부끄러울 것 같다.

이게 굴욕3종 세트? 허걱.

그제서야 산모들이 이야기하는 ‘굴욕 3종세트’가 왜 생겨났는지 알 것 같았다. 보통은 관장, 내진, 제모 등 세 가지를 말하고 때에 따라 회음부 절개도 언급된다. 관장은 항문으로 관장액을 주입해 대변을 일부러 빼내는 일이다. 

아기가 산도를 빠져나올 때 대장의 끝 부분, 그러니까 직장을 압박하게 되는데 이로인해 출산시 대변이 나오고 외음부가 오염되어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태아도, 산모도 위험하다고 한다. 제모도 비슷하다. 털과 모공에 붙어있는 세균이 태아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다만 자연분만의 경우에는 아기가 빠져나오는 회음부만 제모를 하고 제왕절개의 경우에만 전체적인 제모를 한다고 한다. 

내진은 질로 손을 넣어 자궁경부가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자궁경부가 열린 정도에 따라서 분만대기실에서 조금 더 진통을 해야하느냐 아니면 분만실로 옮겨 출산을 하느냐 결정된다. 또한 힘을 주어야 하는 시기인지 아니면 힘을 빼고 이완을 해야하는 시기인지도 판단한다.

다만 낯선 의료진(주로 간호사) 여러명이 시간마다 와서 불쑥불쑥 손을 넣는다는 것이다. 아픈 건 둘째치고 낯선 사람들에게 본인의 소중한 부위를 내맡기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클 것 같다. 한 지인은 대학병원의 경우 여러 수련의(인턴? 레지던트?)가 와서 내진을 한다고 말했다. 더 낯선 사람들에게 몸을 맡겨야 하니 ‘굴욕’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집에서 태어난 모하

앞으로는 바뀌길 바라며

아기를 낳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로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도 ‘의료현실’은 그 중요성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분만대기실은 낯선 산모, 낯선 사람들이 가득하고, 또, 그 무리 속에서 부끄러움을 참아내야 한다. 

수많은 산모들은 입모아 ‘굴욕’이라 칭한다. 누가 이렇게 처음 불렀든 지금의 산모들도 대부분 동의한다. (엄마의)출산과 (아기의)출생 모두 심신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곧 아기를 낳을 사람들이 ‘굴욕’을 느꼈다면 심각한 문제다.

현대의료의 문제점으로 겉으로 드러난 것에 집착한다는 걸 본 적이 있다. 산부인과도 그런 것 같았다. 출산 시에는 출산을 위한 호르몬이 분비가 되는데, 출산을 돕는 사람(의사든 간호사든) 이 호르몬이 역할을 잘 하도록 돕는 것이 첫번째다.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제모, 관장, 내진 등으로 ‘굴욕’을 일으켜 호르몬 분비를 방해한다.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혹여나 대장에 대변이 없는지는 중요해도, 산모의 ‘마음’은 잘 보지 않는 듯 했다.

뭔가 크게 잘못돼 있다는 걸 계속 느꼈다. 누나들에게 물어봐도 이에 대해 하소연을 많이 했다. 편한 마음으로 출산을 해야하거늘 계속 불편을 느낀다면 잘못된 것일 테다. 우리는 스스로 아기를 낳는 것을 선택하긴 했어도 산부인과의 현실이 이렇지 않았다면 생각지도 않았을 거다. 앞으로 이 현실이 빨리 바뀌길 바란다! 

ps1. 2020년 현재 편안한 분위기, 의사는 물론 전문 조산사와 함께하는 출산도 병원에서 할 수 있지만 수백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ㅠㅠㅠㅠㅠ

ps2. 어쨌든간에 과거에는 산모와 태아의 사망율이 높았다! 우린 어떤 면에서 아주 위험한 일을 선택한 것이다. 병원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통계상 최소 10% 내외는 장애나 사망 등 출산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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